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푸에블로 호 승조원의 변호인이 북한의 징벌적 배상금 액수를 약 69억 달러로 책정해 줄 것을 미 법원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다른 명목의 배상금까지 합치면 북한에 부과될 배상금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길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이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할 징벌적 배상액이 1인당 최소 1억5천만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승조원들의 변호인은 14일 “원고 측 생존 승조원에게 1인당 1억5천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액을 책정한다”는 문구를 담은 ‘명령문 제안서(Text of Proposed order)’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제안서는 변호인이 판사가 서명하는 부분만을 비운 상태로 제출한 문서로, 큰 이견이 없으면 재판부는 이 문건을 최종 ‘명령문’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이 경우 승조원 46명에 대한 북한의 징벌적 배상액이 1인당 1억5천만 달러씩, 즉 총 69억 달러로 책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징벌적 배상액’과 별도로 각 승조원이 입은 각종 피해에 대한 배상금이 더해지고, 가족과 유족 등에 대한 배상금까지 추가될 경우 북한 정권이 배상해야 하는 액수는 1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습니다.
앞서 변호인은 지난달 17일 전체 약 170명인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중 현재 생존해 있는 46명에 대한 판결을 먼저 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각 승조원들이 입은 피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액수를 명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재판부가 임명한 ‘특별관리인’은 승조원들이 북한 억류 기간인 335일 입은 피해액을 1인당 하루 1만 달러씩 총 335만 달러로 계산하고, 이후 50년 기간 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선 1년에 약 33만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여기에 변호인은 이 금액이 이자 계산 방식에 따라 현재 1인당 최소 7천480만 달러에서 최대 1억3천90만 달러에 달한다고 재판부에 알렸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한 46명에 대한 피해액은 최대 약 60억 달러로 추산됐는데,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금 69억 달러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이 부담해야 할 배상 규모가 더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는 앞선 다른 소송을 통한 북한의 배상금 약 3~5억 달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역대 최대입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변호인 측에 승조원들의 징벌적 배상액을 추산해 이달 19일까지 제출하도록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번 변호인의 문건은 이 같은 재판부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변호인은 제안서와 동시에 제출한 별도 문건을 통해 이번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북한에 억류됐다 미국으로 송환된 직후 숨진 오토 웜비어와, 북한에 납치돼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등 과거 북한 관련 소송을 참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2018년 12월 북한이 웜비어 부모에게 약 5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는데, 이 중 3억 달러는 부모 2명에게 지급해야 할 ‘징벌적 배상금’이었습니다.
또 김동식 목사의 유족 2명에게도 당시 1억5천만 달러씩의 징벌적 배상금이 인정됐었습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나포됐다 풀려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과 가족, 유족 등은 2018년 2월, 북한에 억류된 기간 동안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의견문’을 통해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원고 승소 결정을 내렸지만, 원고의 손해 부분에 대한 산정이 완료된 뒤 판결문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소송이 제기된 이후 단 한 번도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아,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원고 측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판결’로 내려집니다.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금 책정과 관련해서도 원고 측 주장만이 반영될 예정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