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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오른 '종전 선언' 의제...각국 시각 차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 백악관에서 서훈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4일 백악관에서 서훈 한국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종전 선언’ 추진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북 비핵화 협상 과정에 종전 선언 문제가 포함될 수 있음을 내비쳐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북 1차 정상회담을 전후해 제기된 종전 선언 논의가 지금까지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또 각국의 이에 대한 시각은 어떤지 오택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따라 '종전 선언' 의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종전 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도착 직후 “미국도 종전 선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토한 적이 많다”며 이를 미국 측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과 만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국과의 한반도 종전 선언의 더 좋은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도 최근 종전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종전 선언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비핵화 협상 과정에 종전 선언 문제가 포함될 수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가 진지하게 이런 논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re’s been no change in the way the United States thinks about this...."

한국전쟁 '종선 선언'은 지난 2018년 남북한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연내 종전 선언’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좀더 적극적인 언급이 나오면서 종전 선언 논의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결정된 뒤 워싱턴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종전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 직접 종전 선언의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지난 2018년 6월)] “We talked about it. We talked about ending the war. Historically it's very important. But we'll se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일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일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새로운 관계’ 수립 등 4개 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종전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종전 선언 의제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습니다.

1차 정상회담 후 약 7개월 만에 다시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결렬되자 종전 선언은 물론 미-북 관계 자체가 급격히 냉랭해졌습니다.

이어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깜짝 만남을 갖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자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종전 선언이 이뤄졌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회담 이후에도 실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특히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미-북 실무 협상이 결렬로 끝나면서 종전 선언 의제는 아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1년 가까이 언급되지 않던 종전 선언 의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지난 9월)] “'종전 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기 바랍니다.”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지난달 뉴욕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8일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행한 화상연설을 통해 거듭 종전 선언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지난 8일)] “나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함을 국제사회에 호소했습니다. 종전 선언이야 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만이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진정으로 보답하는 길입니다.”

종전 선언을 대하는 미국과 한국, 북한의 태도는 서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더 무게를 두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지난 2일 종전 선언에 대한 VOA의 질의에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모든 약속에 대한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1차 정상회담 이후까지만 해도 종전 선언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2018년 8월 논평을 통해 ‘종전 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선행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종전 선언 주장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최근 한국의 한 언론에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 선언을 언급한 데 대해 “평가할 게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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