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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친서 미-북 교착 돌파구 될까...전문가 “북, 받아들이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 계기가 될지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친서로 미-북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2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대북 제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 여부는 남북한과 국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며 조심스런 태도를 나타냈습니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조혜실 부대변인] “정상 간 친서가 교환된 것 자체는 저희 정부로서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고요, 향후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서 일관되게 노력해 나가겠다는 점 말씀드리고 코로나19 방역 협력 관련해서는 향후 국내 상황이나 북한 상황, 국제사회 지원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전했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받아들일만한 제안이 담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향후 미-한 합동군사훈련 재개 등 상황 전개에 따라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친서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하고 북한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조성렬 위원]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 대선 이후 향후 북-미 회담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라고 하는 게 새로운 셈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한반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상황관리용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 같고요.”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준다면서도 두 나라 관계와 발전을 두 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로 섣불리 평가해서도, 기대해서도 안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 친서가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차단하기 위한 용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김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은 물론이고 북한이 지난 2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틀은 유지하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김여정이 (친서에 대한) 담화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미사일 실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미국과의 대화 틀을 깰 생각은 없지만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현재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또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반응을 보인 것은 다분히 김 위원장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국내 정치용 행보로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며 한껏 과시했던 리더십이 협상 교착이 길어지면서 효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전달을 공개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권위를 다시 세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협력 제안에 대해선 엇갈린 예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반도 상황에 긍정적인 외교적 변화의 전조가 됐던 것처럼 전 지구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존 델러리 교수] “Something could be in the works as far as using the global crisis over this Pandemic as some way to move forward some cooperation some kind of diplomacy with N.Korea.”

델러리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북한과의 모종의 협력을 향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은 물론 한국도 협력의 틀 안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북한이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자국 내 확진자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 단기적으로 다른 나라의 방역 지원 제안을 수용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인 조성렬 박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해줄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방역 지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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