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러시아 내 탈북민들의 미 재정착 지원 절차를 2018년에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러시아 내 소식통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4년 전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을 체결한 이후 탈북민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 VOA에, 러시아 내 탈북민들이 현지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하는 절차가 2018년에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국무부 관계자] “In 2018, the United States ceased resettlement activities in Russia due to the increasingly difficult operating environment.
이 관계자는 러시아 내 탈북민들의 미국행 지속 여부를 묻는 VOA의 질문에, “러시아 내 운영환경에 대한 어려움이 갈수록 증가해 미국은 2018년에 (탈북민을 위한) 재정착 활동을 중단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의회가 2018년에 재승인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은 모든 외국 정부가 해외 탈북민들의 재정착 과정을 위한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접근을 허용하도록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In line with the North Korea Human Rights Act reauthorized in 2018, the United States seeks cooperation with all foreign governments to allow the UN Refugee Agency (UNHCR) access to process North Korean refugees overseas for resettlement and to allow U.S. officials access to process refugees for resettlement in the United States if that is the destination country of the refugees' choosing.
이 관계자는 미국을 행선지로 선택한 탈북민들의 재정착을 위한 미국 관리들의 접근 허용에 관해서도 외국 정부에 협력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지만, 운영환경이 어려웠던 이유에 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미 의회가 지난 2004년 채택한 북한인권법에 따라 5월 말 현재 해외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총 220명입니다.
이 가운데 러시아에서 입국한 탈북민은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유엔난민기구(UNHCR) 모스크바 사무소 관계자는 이달 초 VOA에, 미국행을 위한 탈북민들의 재정착 프로그램은 현재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UNHCR 관계자] “Please note that no resettlement program to USA is currently available. Please be informed that refugee applications in Russia are considered by relevant migration authorities.
이 관계자는 러시아 내 난민 신청은 관련 이민 당국이 검토한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러시아 내 복수의 소식통은 7일 VOA에,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2016년 ‘북-러 불법 체류자 상호인도협정’을 체결한 이후 러시아 당국의 비협조로 탈북민들이 난민 지위를 받는 게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북한에 러시아인이 거의 없어서 이 협정은 사실상 러시아 내 탈북민들을 송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정 체결 이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탈북민 규모도 줄고, 대기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와 관련한 VOA의 질문에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신변안전과 주재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감안,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간 이동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안전한 임시 체류와 이송을 위해 관련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조 하에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는 러시아 외교부와 이민국에 탈북민 처우에 관해 질문했지만, 11일 현재 답장이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내 탈북민들은 러시아 당국의 비협조적 자세에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체류 중인 한 탈북민은 11일 VOA에, 석 달마다 갱신하는 임시망명 체류증도 끊긴다는 소문이 있다며,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내 탈북민] “러시아는 몹시 불안합니다. 태국쯤 되면 괜찮겠는데, 러시아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그냥 이 사람들 북한으로 보내라 그렇게 하면 그게 다입니다. 암만 유엔 난민이라 해도 러시아 땅에 당신들이 있으니까 불법이다. 비법 거주다 해서 추방시키겠다, 그러니까 불안감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지금.”
실제로 한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 교수는 지난해 한국의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러시아의 인권·난민 지원 시민운동가 스베틀라나 간누슈키나 씨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 탈북민들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에서 최근 15년 간 난민 지원을 신청한 탈북민 300여 명 가운데 2명만 지위를 받았고, 2018년 말 현재 임시비호 지위를 가진 탈북민은 56명뿐이란 겁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지난해 발표한 2019 연례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난민 지위를 받아 사는 탈북민은 57명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 오래 전에 난민 지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누슈키나 씨는 인터뷰에서 “러시아 당국과 북한대표부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존재한다”며 탈북민들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원하면서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정착해 사는 존 김 씨는 10일 VOA에, 러시아에 불법 체류자로 사는 탈북민들이 여전히 많다며 미 정부가 더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김 씨]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습니다. 정말 안타깝죠. 왜냐하면 러시아의 우리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을 때 보다 자유는 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은 좀 있는데, 영적인 자유가 없어요. 그 분들이 그냥 그렇게 불법 체류자로 신분증 없이 숨어 살고, 남의 이름으로 살고 말이 안 되죠. 10년 전에 제가 헤어진 친구들이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 한 탈북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상황이 더 어렵지만, 러시아 정부가 탈북민들에게 선처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탈북자] “러시아 정부가 미국이든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비자를 빨리해줘서 가게 좀 이렇게 걸림돌이 안 되도록 좀 도와줬으면 좋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