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을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상원의원 시절 12년간 보좌관을 지냈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의 대중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중국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국을 포함한 동맹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Joe Biden is going to see China in the context of the global stage, and he's going to try to manage or influence China's behavior in concert with other like-minded states including South Korea…”
자누지 대표는 9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주관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을 세계무대의 맥락에서 바라볼 것인 만큼, 한국 등 생각이 비슷한 나라들과 협력해 중국의 행동을 관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은 결국 한국이 바이든 당선인에 의해 몇 가지 힘든 선택을 요구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접근법은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 무대라는 관점에서 중국을 대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이 강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What has changed is not so much Joe Biden's approach to China but China itself is China that is a more aggressive more confident…”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40년간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 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이런 대중 접근법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변한 것은 중국이며,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공격적이고 더 영향력 있는 강대국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자누지 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변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국제법 위반 등에 강한 반발이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중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미국의 기대감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 전 대표] “An idea that South Korea should not be forced to choose when once you put up that idea…”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에 대한 선택을 강요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이 같은 접근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겁니다.
윤 전 대표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이미 (미국을) 선택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맹 관계인만큼 혼인을 한 상태지만, 한중 관계는 혼외 연인에 더 가깝다고 비유했습니다.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당국자 출신 미국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속에서 한국이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김흥규 한국 아주대 교수는 중국의 역할을 미국이 대신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 측 전문가들의 입장을 반박했습니다.
[녹취: 김흥규 교수] “China is a kind of, you know, supply chain for our economic survival…”
한국에 있어 중국은 경제적 생존에 필요한 공급망이며, 미국이 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혼인 관계에 있다는 윤 전 특별대표의 비유에 동의하면서도, 미국을 아내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나쁜 남편으로 묘사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발해 보복을 했을 때도, 한국은 실제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에 다자적 해법을 제시하며, 특별히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think China has to be part of it and China has made it very clear they want also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북한 핵 문제로 인해 주변국들이 군비 경쟁을 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명확하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 등 이 사안에 중국과 공통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중국이 문제 해결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된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만약 중국이 원유나 석유 등을 끊을 경우 어떤 일이 펼쳐지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따라서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6자회담을 되살리거나 의미 있는 전략적 방식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