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반도에서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점점 더 강압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정보 당국자가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교착에 따른 장기전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국장실 (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향후 북한은 대남 지배력 과시를 위해 점차 더 강압적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미-한 정상회담 직후인 21일 저녁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이 최근 강조하는 ‘정면 돌파전’ 개념은 앞으로 수 주 또는 몇 달 뒤 어떤 행동을 취할지 가늠할 수 있는 핵심 단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사일러 담당관 “정면돌파전, 향후 북한 행보 가늠 핵심 단어”
사일러 담당관은 `정면 돌파전’에 대해, 무기 개발에 대한 실제적이고 조정된 접근법을 취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제재에 따른 압박을 견뎌내는 것을 골자로 하며, 주체를 최고 미덕으로 회귀시켰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외부의 도움을 기대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매국노로 간주하고, 내부의 사회적 통제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전 대비 포석…바이러스 창궐 이전부터 시행”
특히 정면 돌파전에 따른 주요 방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에 따른 국경통제 이전에 이미 엄격히 시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일러 담당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The second important point to remember is that the head on breakthrough offensive preceded COVID. I think this is going to be an important point for all Korea watchers to think about going forward, because isolation and austerity and hardship and arduous struggle, were already proclaimed prior to North Korea institutionalizing the COVID restrictions…”
북한사회는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부터 경제난과 식량난에 따른 압박이 심화된 상태였으며, 정면 돌파전을 시행하기 위한 기초적 개념은 주민 격리 등의 엄격한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겁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정면돌파전의 핵심은 향후 북한에 어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라며,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핵 고도화 발언, 한국군 대응 경고차원”
사일러 담당관은 이와 연계해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 대회에서 핵 고도화를 천명하면서 1980년대부터 역전됐던 남북 간 군사적 불균형을 회복했음을 명백히 발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핵을 통한 미국 억제에 성공했고, 미-한 양국간 탈동조화를 달성했음을 부각하는 이 발언은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도발 때처럼 한국군이 유사한 대응 조치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과시한 북한군 역량을 셈법에 넣어야 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Event like Cheonan Sinking or the Yeonpyeong Island bomb shelling, lethal kinetic initiation of hostilities by North Korea in which any South Korean response has to take into calculation the capabilities that North Korea has shown… but clearly what we have is North Korea seeking to establish an ability to dominate the Korean Peninsula and certainly dominate the north south relationship”
사일러 담당관은 미 정보당국은 향후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협박을 어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모색하는 행위를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We expect him to increasingly seek to examine how far coercion can work with South Korea. There are limits, there's a red line. Kim usually feels for red lines in the dark. He usually pushes, maybe a time surprised by the lack of response. I think in August 2015, Park Gun Hye’s response to the landmine incident threw off that calculus in a very helpful way in terms of the types of deterrence approaches that are need to be taken towards the North.”
“김정은, 대남도발 오판 경향…목함지뢰 도발 대표적 사례”
이 같은 대남 협박에는 넘어서는 안될 선, ‘레드 라인’이 분명 존재하지만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사일러 담당관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때때로 대남 압박 수위에 따른 예상외의 대응에 놀라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2015년 8월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대처는 그와 같은 도발 셈법을 철회하도록 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자신의 분석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관점에서 지나치게 비관적이거나 운명론적인 것 아닌가라는 견해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완료된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해 ‘철저하고 엄격하며 포괄적인 절차’라고 언급한 여러 당국자들의 설명처럼 현재 놓인 도전들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여정,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정책적 파급효과 없어”
한편, 사일러 담당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역할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솔직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그가 남북대화나 미국과의 외교에서 어떤 중대한 정책적 파급효과를 이끌어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사일러 담당관] “I don't know that. Analytically speaking that anything traced to her (Kim, Yo-Jong) appearance beginning in 2018, in diplomacy with the South, or diplomacy with the United States has had a significant policy impact in North Korean policy, I'd be happy to be corrected on that but… I haven't seen anything that would suggest it's got a strategic impact.”
사일러 담당관은 김여정의 직위가 강화되거나 갑자기 수개월 간 자취를 감춰도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특별히 주목할 부분이 지금까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정보위원회(NIC)는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을 관장하는 직책인 국가정보국장(DNI)을 보좌하는 기구입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