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어제(2일) 한 시간 가량의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 현안들을 두루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새 대북정책도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서훈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2일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전화 통화를 가졌습니다.
미 백악관과 한국 청와대는 약 한 시간 가량 이어진 통화에서 두 사람이 양국 현안들을 두루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와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새 대북정책, 미-한 동맹 강화는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짧지 않은 통화는 바이든 정부 들어 양국의 의견 조율이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포괄적인 새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면서 한국 등 동맹국으로부터 의견수렴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관련 의견 조율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미-한 두 나라 안보실장의 이번 통화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을 놓고 이뤄진 양국 실무접촉들을 토대로 정책 방향의 윤곽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확인하는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외교부라든가 국무부 사이에 상당한 실무적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또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 진영 내 또 바이든 진영 내 있었던 씽크탱크라든가 전문가들, 그리고 의회 관계자들 여러 분야들이 관여를 하면서 생각보다 신속하게 기본적인 원칙과 초기 조치에 대한 공감대가 일정 부분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것을 안보실장 수준에서 큰 원칙을 확인하는 그런 의미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요.”
전문가들은 미-한 두 나라의 논의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방법론에서 보여온 시각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민 박사는 미국과 한국 모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는 등의 북한 측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고 한국은 미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유화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나 의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먼저 표시를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 쪽이, 한국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그런 제스처와 말을 하기 어려울 거다,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선 어떻든 대화의 장으로 유인을 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선 미국이 조금 더 호의적인 신호들을 먼저 발신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초기 대화 접점을 마련하는 부분에 대한 차이가 있을 거에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협상을 중시하는 성향의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만으로 북 핵 문제를 풀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며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구체적인 새 대북정책이 나올 때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도발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압박카드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도 최근 핵 활동을 시사하는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노출시키면서 협상을 앞둔 기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아직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을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봐야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도 부분적으로 핵 활동을 보여주는 것은 자기들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함이고,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 핵 활동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고 그런 치밀한 기싸움 그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요.”
전문가들은 이번 미-한 고위급 통화가 두 나라의 합동군사훈련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 두 나라에게 오는 8일부터 지휘소연습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 여부와 이후 대응 문제가 시급한 현안이라며, 이번 고위급 통화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명확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비록 연합훈련이 축소된 형태로 치러지더라도 북한이 도발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이미 다 계획은 나왔고 연합훈련을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고 반발의 수위가 어느 정도 될 것이냐 그리고 반발을 한다면 한-미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핵심이겠죠. 그게 앞으로 북-미간 대화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다 연결된 것이니까 이 고비를 넘어서 어떻게 북한을 1차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느냐, 그게 가장 핵심적으로 이야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편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도 고윤주 한국 외교부 북미국장과 2일 화상으로 주요 현안을 점검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장관 등 고위급 교류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한-일 삼각 공조 복원, 미국과 호주, 일본, 인도 등 네 나라의 대중전선 연합체인 쿼드 한국 참여 문제 등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 현안들을 놓고 미-한 간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