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의원들은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정당별로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효과적인 핵우산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미 의회 의원들의 입장이 정당별로 뚜렷이 나타난 시점은 지난달 21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 전후입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6명은 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핵우산 제공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대화된 미국의 3대 핵 전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신뢰할 수 있고 효과적인 확장억지(핵우산)를 약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성명에는 외교.군사.정보위원회에서 각각 공화당 간사를 맡은 제임스 리시, 제임스 인호프, 마르코 루비오 등 중진 의원들이 서명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공격을 당할 경우 미국이 보복할 것이라는 안전보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점증하는 역내 안보과제들과 분리되고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희석하는 핵정책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의원들은 주장했습니다.
의원들의 성명은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역내 안보정책에서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력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화당의 시각을 반영합니다.
이번 성명은 2022회계연도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핵 현대화 예산 삭감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반면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진보코커스 소속 하원의원 4명은 지난달 20일 한국전 종전 선언을 포함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한반도 평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브래드 셔먼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 발의에는 앤디 김, 로 칸나, 그레이스 멩 의원이 참여했습니다.
법안은 한국전 종전 선언과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미국인의 북한여행 금지 규정 재검토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셔먼 의원은 한국전쟁은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끝났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정전협정에만 서명해 기술적으로는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으며,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셔먼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 종전 선언 주장은 의회 내 주류 목소리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 아미 베라 의원은 지난달 24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로선 한국전쟁 종식을 일방적으로 선언하자는 광범위한 움직임이 의회 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라 위원장] “I don’ think…”
종전 선언은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와 연계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 내 전반적인 인식이라는 겁니다.
민주당 주류는 ‘단계적’ 접근법을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환영하며,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성 김 대북특별대표의 행보와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베라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점진적 과정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비핵화가 출발점이 아니라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공석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촉구하는 의회 내 목소리는 초당적입니다.
특히 한국계인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은 북한인권특사 임명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촉구하고 있는 대표적 인사입니다.
김 의원은 한 화상대담에서 이번 미-한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를 어느 정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 의원] “I was disappointed to see…”
김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의 진전은 대북 압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미국의 지렛대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상원과 하원 외교위는 다음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2022회계연도 예산안 심의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회도 다음주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적 가치’를 주제로 한 청문회를 개최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