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들의 비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포착됐습니다. 지난주에는 하루에 5대가 포착되기도 했는데, 대북 신호일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김시영 기자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저녁. 정체를 알 수 없는 항공기 1대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항공기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식별번호 ‘71FC22’로만 알려진 이 항공기는 이날 저녁부터 자정 경까지 한국 천안-아산-태안-서산-제천-진천 상공을 타원형을 그리며 비행했습니다.
앞서 복수의 항공기 추적 전문 사이트들에 따르면, 지난 20일 밤에는 미군 정찰기인 U-2S, E-8C ‘조인트스타즈(J-STARS)’를 비롯해 적어도 5대의 미군 정찰기가 포착됐습니다.
특히 20일 밤 포착됐던 조인트스타즈 정찰기의 항로가 24일 식별된 ‘71FC22’ 항공기의 항로와 거의 일치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조인트스타즈 정찰기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의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 한반도 상공 3만1천 피트를 정찰 비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증가한 미군 정찰기의 비행 신호 포착 횟수가 북한에 보내는 신호일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상 미군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정보 자산을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미군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때 B-52와 B-1, 혹은 B-2 같은 전략 자산을 이용한다는 겁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We don't use intelligence assets for messaging and for signaling, and that is what we use strategic assets for, B-52, B-1, B-2 things like that. But it could be signaling, but it also could be just routine in order to ensure de-confliction with aircraft that is operating in the area.”
최근의 비행 신호 증가 현상이 대북 신호일 수도 있겠지만, 해당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는 항공기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며,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비행 횟수 증가가 일종의 대북 신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늘어난 비행 빈도를 포착해 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은 민간인들이 비행 추적 정보를 포착하고 공표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민간에서 추적한 미군 정찰기들의 비행은 북한의 동계 훈련 주기나 다른 군사 행동을 관측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정찰기들의 신호가 의도적으로 풀렸다는 전제로 미군이 북한에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they're maintaining a high level of reconnaissance against North Korean activities, both to deter North Korea, and to detect North Korean action.”
북한을 억지하고 북한의 활동을 포착하기 위해 높은 정찰 강도를 유지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미 국방부의 데이비드 이스트번 대변인은 미군 정찰기 등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항공기들의 비행 목적을 묻는 VOA의 20일 서면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