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유엔난민협약 채택 70주년을 맞아 곤경에 처한 탈북 난민들의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중국 정부에 난민 보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탈북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 국제원칙이 북-중 합의에 우선한다며 탈북민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8일 유엔난민협약 채택 70주년을 맞아 중국 내 탈북 난민 상황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망명 희망자들이 겪는 곤경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강제북송된 탈북민은 통상적으로 고문과 임의적 구금, 즉결 처형, 강제 낙태, 다른 형태의 성폭력의 대상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remain deeply concerned about the plight of North Korean asylum seekers. North Koreans who are forcibly repatriated are commonly subjected to torture, arbitrary detention, summary execution, forced abortion, and other forms of sexual violence.”
국무부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중국이 1951년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 및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이행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continue to urge China to fulfill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s a party to the 1951 UN 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and its 1967 Protocol and the UN Convention Against Torture.”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28일 VOA의 논평 요청에 중국 정부의 국제 의무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I continue to call on the Government of China to comply with is obligations under the Refugee Convention, and to avoid forcible repatriation of North Koreans who may face torture upon return.”
“중국 정부에 유엔난민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송환 시 고문에 직면할 수 있는 북한인들의 강제 북송을 피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는 겁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어 중국과 북한 간 양자 합의는 그런 의무와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원칙인 ‘농 르플르망’ 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며, “중국 정부가 70년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승인된 유엔난민협약에서 인정된 그 같은 기본적인 책임을 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A bilateral agreement with North Korea to do otherwise cannot pass over those obligations and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I hope that the Government of China upholds these basic responsibilities recognized in an extraordinary treaty approved 70 years ago for the benefit of all human beings around the world.”
국무부와 퀸타나 보고관의 이런 입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북한 지도부의 국경봉쇄로 보류했던 탈북민 강제 북송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겁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지난주 성명에서 중국에 탈북민과 범죄자 등 북한 국적자 1천 170명이 구금돼 있다며 강제 북송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 유엔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으로서 송환 시 박해나 고문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강제송환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며 탈북 난민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8일 유엔난민협약 70주년을 맞아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대담에서 “난민 보호에 대한 우리(미국)의 결의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Our commitment to refugees is as strong as it ever was… The United States has been the largest recipient of Refugee Resettlement with more than 3.2 million refugees in the United States since about the 1980s, and we continue to be a beacon of hope for those refugees who are seeking asylum in the United State.”
“미국은 1980년대 이후 32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한 세계 최대의 난민 재정착 국가로, 우리는 계속 미국에 망명을 모색하는 난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올해 회계연도의 난민 수용 한도를 6만 2천 500명으로 늘렸으며, 내년에는 12만 5천 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유엔난민협약 7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성명과 동영상에서 이 협약이 난민들의 권리를 위한 법적 토대가 되어 왔다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들에 난민 보호를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UNHCR 동영상] “Since 1951, it has been the legal foundation for refugee rights and has served countless people driven from their homes…. after 70 years, the Convention is as relevant as ever. It gives guidance to state on how to protect refugees and calls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support in managing displacement”
UNHCR은 특히 필리포 그란디 최고대표가 성명에서 “국제사회가 협약에 명시된 난민 보호의 핵심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여기에는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이 위해나 위험 속으로 다시 보내지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UNHCR 성명] “Grandi stressed the need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uphold the key principles of refugee protection as laid out in the Convention, including the right of someone fleeing persecution not to be sent back into the path of harm or danger,”
유엔난민기구는 지난 6월 발표한 세계 난민 현황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난민이 국내에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을 포함해 8천 240만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북한 출신 난민은 782명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진행자)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유엔난민협약 70주년 의미와 탈북 난민 상황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엔난민협약이 1951년에 채택됐군요.
기자) 네, 유엔이 1951년 제네바에서 특별회의를 열어 채택한 협약으로 공식 이름은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 입니다. 이 협약은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하거나 그것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세계인권선언 14조에 근거해 만들어졌죠. 특히 난민을 최초로 정의해 국제법적으로 보호할 의무, 국가들의 난민 보호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유엔은 평가합니다. 아울러 이 협약에 대한 국제법적 뼈대인 의정서가 1967년에 채택되면서 난민 보호는 선택이 아닌 국제사회의 필수 의무가 된 겁니다.
진행자) 유엔난민협약은 난민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기자)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전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등으로 인하여 박해를 받을 근거 있는 공포가 있는 사람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자국을 떠난 사람들을 말합니다. 유엔 회원국은 이런 난민을 생명과 자유가 위협받을 국가나 영역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는 28일 협약 70주년 성명에서 “이 협약이 세계 난민의 권리를 계속 보호하고 있다”며 “협약 덕분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도 난민에 해당되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엔난민협약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은 탈북민을 ‘현장 난민(refugee sur place)’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013년 UNHCR 최고대표를 지낼 때 한국을 방문해 이런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열악한 환경과 기아 때문에 탈출했지만, 강제 송환될 경우 처벌이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장 난민’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해 75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유엔 회원국들에 “(탈북) 남성과 (탈북) 여성의 서로 다른 경험과 필요를 참작해서 불규칙적으로 국제 국경을 넘는 북한인들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고, 이들이 보호되고 송환되지 않음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탈북민들에 대한 체포와 강제 북송은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유엔난민협약과 의정서 당사국인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탈북민을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라고 주장하며 강제 북송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상위 개념인 국제법을 무시하고 북한과 중국이 1960년 체결한 ‘중북 탈주자 범죄인 상호인도협정’과 1986년 체결한 ‘변경지역 국가 안전 및 사회 안전을 위한 의정서’에 근거해 탈북민을 북송하는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당국이 중국인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은 북송하지 않고 남편이 원할 경우 귀가시킨다는 얘기도 있지만, 일관성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공식 입장 역시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진행자) 현재 중국 내 탈북 난민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최악의 상황이라고 탈북민 지원단체들을 말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중국 당국의 감시 강화,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등 복합적 이유로 탈북민들이 거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 얘기를 잠시 들어 보시죠
[녹취: 김성은 목사] “거의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한국에 오고자 하는 탈북민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아예 탈북민 스스로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중국만 그런 게 아니라 베트남 지금 난리도 아니고 라오스도 그렇고,,,”
김 목사는 과거 900달러 정도 했던 중국 남부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는 비용이 최근에는 1만 2천 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탈북할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UNHCR은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난민으로 사는 북한 국적자가 782명이라고 밝혔는데, 과거보다 규모가 줄은 것 같습니다.
기자) 난민이 정착한 국가에서 영주권을 받으면 통계에서 누락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은 탈북 난민을 합하면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울러 한국은 헌법에 따라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자국민으로 여겨 바로 수용하기 때문에 UNHCR의 통계에는 빠져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민은 3만 3천 783명에 달합니다. 아울러 지난 6월까지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탈북민은 220명입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유엔난민협약 채택 70주년을 맞아 탈북 난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과 현재 상황 등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