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 내 한인단체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활동을 정리한 자료집을 출간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WCCW)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희생된 여성들의 인권과, 일본 정부에 대한 이들의 사과와 배상 요구를 알리기 위해 결성됐습니다. 이 단체 김광자 이사장 입니다.
[녹취:김광자] ”사실, 1992년에 처음 생겨서 저희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교육시켜야 겠다는 생각에 사진 전시회도 하고 할머니들 모셔다가 증언도 많이 했어요. 국회의원들이 몰랐다가 알게되는 초반에.. 물론 한국 사람들도 많이 몰랐잖아요.”
김 이사장은 미국 정계와 한인사회에서도 인식하지 못하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당시 미국사회 분위기를 설명합니다.
정대위 4대 회장을 지낸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4차 유엔세계여성대회 등 정대위 초창기 활동을 회고합니다.
[녹취:김광자]” 힐러리 클린턴도 왔었고, 각 나라 대표들이 와서, 우리가 준비한 필름을 갖고 세계 여성들한테 보여줬고, 그 분들은 너무 깜짝 놀래서 함께 하겠다고..”
당시 이동우 정대위 초대회장이 집필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집을 보여주며 미국에서 최초로 나온 위안부 증언집을 들어 올립니다. 당시 한국 내 위안부 피해 여성 생존자 수는 200여명.
이후 고령의 생존자들의 수는 서서히 줄어 현재 17명입니다.
이들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되고있는 워싱턴정대위의 활동이 올해로 29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지난8월 14일 ‘세계 위안부의 날’을 맞아 지난 활동을 소개한 자료집을 출간했습니다.
8월 14일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1997년 숨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로, 피해를 당한 아시아 지역 여성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국제단체 ‘아시아연대회의’가 2012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2년의 집필 과정을 거친 정대위의 책 제목은 ‘위안부: 미국 내 정의와 여성 권익을 위한 활동(Comfort Women: A movement for Justice and Women’s Rights in the United States)’으로 분량은 총 400여쪽에 달합니다.
이 책은 미주 위안부 문제 운동의 시발점이 된 ‘황금주 할머니 워싱턴 증언’을 소개를 시작으로 28년간의 풀뿌리 운동을 풀어나갑니다.
1992년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주 할머니를 워싱턴으로 초대한 웨슬리한인교회(현 워싱턴한인교회) 조영진 전 연합감리교 버지니아연회 감독입니다.
[녹취: 조영진 목사] “이화여대 이효정 교수님께서 오셔서 이슈를 말씀하셨어요. 한국에서 막 시작되고 있다는 말씀 하시면서 동참을 요청하셔서 시작됐죠. 황금주 할머니를 모시고 증언의 밤을 했는데, 취재나왔던 것이 폭스 뉴스였어요. 미국사회에 정신대 문제를 알리게 되는 하나의 시작이 아니었던가.”
한국에서 막 피어오른 불씨가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이어지면서 28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인데, 조 감독은VOA에 자신과 현재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같다고 말합니다.
역사에 큰 아픔이고 상처를 받은 고난의 역사를 헤쳐온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아직도 책임을 회피하고 사과하지 않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불의라는 겁니다.
지난 28년 동안 이 같은 목소리를 내왔고 그에 대한 활동의 기록을 담은 것이 정대위가 2018년 시작한 사업의 하나인 이번 자료집 출간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뉘는데, 연방의회와 정대위 중심으로 이뤄진 풀뿌리 위안부 운동의 배경과 과정, 의미를 자세히 적었고, 각각 다른 학문의 영역에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담았습니다.
두 개의 장은 총 10개의 주제를 달았고 집필자는 다릅니다.
3개의 챕터를 쓴 이정실 공동 이사장 외에 한반도 전문가인 데니스 헬핀, 워싱턴의 일본전문 싱크탱크인 아시아정책포인트의 민디 코틀러 연구원, 바니오 조지타운대 교수, 델라웨어대학 마가렛 데츠 교수, 메릴랜드도서관의 프랭크 셜만 연구원과 노르위치대학 구양모 교수가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이 책이 자료 수집과 보관 의미를 갖고 있는 만큼 이정실 이사장은 각 집필자들의 글을 입증하는 자료들 즉, 출판된 적 없는 공문서, 편지, 성명서와 인터뷰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7년 미 하원이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H.R.121)의 전후 상황과 참여 인물,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담았는데, 위안부 결의안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로서 의미가 크며 분량은 책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또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에 대한 기록과 방문자를 위한 정보나, 이 단체가 그동안 개최한 회의와 문화예술, 교육 활동과 이 책을 포함한 자료수집과 보관 활동까지를 모두 담았습니다.
정대위의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교육활동을 꼽는 이정실 이사장은 정대위의 첫 위안부 아카데미 활동을 회고합니다.
[녹취: 이정실] “2001년었죠. 첫 번째 위안부 아카데미 학술서가 됐어요. 그 다음에 아주 중요한 결과물이 뭐냐면 당시 법무부가 일라이 로젠 바움이
법안을 공포했죠. 실제법. 전범자들은 미국에 못들어온다는 워치리스트를 만든거죠.”
미국 내 위안부 풀뿌리 활동의 상징으로 알려진 ‘위안부 기림비’관련 내용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인데, 이 이사장이 직접 미 전역을 다니며 관계자를 만나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특히 이 장에는 일본 극우단체들의 반대 활동도 기록돼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직접 위안부를 강제연행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 외무성이 발간한 ‘외교청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된다. 이 점은 2015년 12월 일한 합의 때 한국도 확인한 것’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위안부 합의를 말하는 것인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최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정부는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대위 측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역사를 왜곡하고 발언을 이어갈 때마다 거꾸로 세간의 관심은 늘어나는 등 오히려 ‘홍보효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위안부 문제 운동의 역사를 처음으로 정리한 영문자료집 ‘위안부: 미국 내 정의와 여성 권익을 위한 운동’은 영상 다큐멘터리로도 요약됩니다.
정대위 에드워드 장 영상디렉터는 다큐멘터리에 9명의 위안부 운동의 증인들을 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상의 증인으로 등장하는 조영진 감독은 정대위의 이번 자료집 출간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취: 조영진]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는 데 이런 자료들의 모임이 없다고 하면 운동이 이어질 수가 없거든요. 그 때문에 계속해서 자료들을 보존하고 지켜온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한국에서 정신대 관계자가 와서 한 말 가운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한마디는 정신대 운동이 세계 속에 이렇게 알려지게 되면서 오늘날도 많은 여성들이 전쟁이 나는 나라에서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죠. 그 전에는 다 묻혀 지냈는데 정신대 문제가 나오면서 함께 드러나게 되는 거죠. Why not us? 왜 우리는 얘기하면 안되느냐.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조영진 감독은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며, 자료집과 역사 편찬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