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국 제 46대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넘기면서 그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 연설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법적 분쟁을 예고하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실제 대통령 당선인으로 불리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인단 270명 이상을 확보해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대선 관련 규정과 지금까지 관례 등을 토대로 볼 때, 엄밀히 말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현 시점 당선인 신분은 아닙니다.
미국의 대선 제도에선 선거인단 확보 후에도 ‘당선인’으로 불리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겐 이 중 몇 가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겐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화할 수 있는 각 주의 인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편투표’로 인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각종 소송을 제기하거나 예고한 상태이고, 또 1%p 미만으로 최종 결론이 난 일부 주에선 재검표가 이뤄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각 주 의회 차원의 공식 인증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물론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통상 선거가 끝난 직후 ‘당선인’ 지위를 얻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상대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고,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당선인’으로 인정하는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상대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승복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 대선에서 통상적으로 인정해 오던 ‘당선인’ 지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한쪽 후보의 승리를 공식 확인하고 인수위원회 활동을 허가하는 미 연방조달청(GSA)이 아직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확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GSA는 개표 결과 등을 토대로 통상 선거가 끝난 직후 ‘명백한 선거 승자’를 발표하고,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취임 준비를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GSA는 특정 후보를 ‘당선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에 한 몫 했지만, 올해는 여러 논란을 감안해 ‘아직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 2000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플로리다에서 단 537표 차이로 패배하면서 선거인단 270명 확보에 실패한 고어 전 부통령은 선거 이튿날 승복 선언을 했다가, 두어 시간만에 이를 철회합니다.
이후 부시 후보와 고어 전 부통령은 재검표와 관련한 긴 소송을 벌였는데, 연방대법원이 결국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고어 후보가 이를 인정하기까지 약 6주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습니다.
이 때까지 GSA는 어느 후보의 승리를 발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 측 인수위원회는 12월 중순부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일각에선 논란이 된 표 차이가 500여 표에 불과했던 2000년과, 표 차이가 큰 이번의 상황이 다르다며, 당선자가 20년 전 보다는 더 빨리 가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에 대한 총체적 부정을 주장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주에서 각종 소송전이 불가피해 최종 ‘당선인’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측 선거본부는 선거가 끝난 직후 접전 양상을 보이던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에서 개표 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들 소송은 대부분 기각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9일을 시작으로 이번 선거와 관련한 본격적인 추가 소송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만약 각 주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주 법원의 판단을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이들 각 주의 소송은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맡겨질 수 있는데, 이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 또한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일각에선 각 주가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하는 다음달 8일까지 선거인단 구성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 주의 간접선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이렇게 구성된 선거인단이 다음달 14일 대통령을 뽑는 최종 투표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선거인단 구성을 시한 내에 하지 못할 경우, 각 주 의회가 유권자들의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인단을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또 극히 드문 경우지만, 이 때도 대통령이 선출되지 못한다면 대통령 선출은 연방 하원이 맡게 됩니다.
이 때 하원은 50개 주별로 1명 씩의 대표를 뽑게 되며, 26표 이상을 얻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