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김정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회복기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나흘째 회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 탓이라는 연구 결과,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나흘이나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네. 당초 17일과 18일 이틀 일정이었던 EU 정상회의가 20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경제회복을 위한 기금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일정을 거듭 연장하며 해법을 찾고 있는데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 오후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난밤 긴 협상을 통해 기본적 틀은 마련했다고 말해 합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왜 이렇게 회의가 난항을 거듭한 겁니까?
기자) 네. 코로나 공동기금의 규모, 지급 방식과 비율, 기준 등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 때문입니다.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기금을 마련하는 데는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사안마다 회원국들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난항을 거듭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게 쟁점이었습니까?
기자) 네. 우선 공동기금의 규모부터 문제로 불거졌습니다. 당초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7천500억 유로(미화 약 8천5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 회복기금을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4개국은 이보다 적은 기금으로 출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들 4개국이 규모를 적게 하자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경제적 부담 때문입니다. EU 회원국들은 코로나 공동기금을 금융시장에서 빌려 마련할 계획인데요. 이들 회원국은 재정 적자 위험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공동기금의 규모를 7천억 유로(미화 약 8천억 달러)로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문제가 나왔습니까?
기자) 지급 방식과 규모를 놓고도 이견을 노출했습니다. 코로나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들에 대해 크게 보조금 형식과 대출금 형식으로 지원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줄다리기가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보조금이라면 나중에 갚을 필요가 없는 돈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잘사는 나라들에 실질적인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 때문에 이들 4개 회원국은 무상 지원 형식의 보조금의 비율을 줄이고 장기저리 대출금을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EU 집행부의 제안은 어떤 거였나요?
기자) EU는 7천500억 유로(미화 약 8천500억 달러) 가운데 보조금 5천억 유로(미화 약 5천700만 달러), 대출금은 2천500억 유로(미화 2천800만 달러)를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들 4개국은 이에 반대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동기금 7천억 유로(미화 약 8천억 달러)가운데 보조금 3천500억 유로(미화 약 4천억 달러), 대출금 3천500억 유로(미화 약 4천억 달러)로 출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의견에 특히 반대한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의 도중 먼저 자리에서 일어날 만큼 회의 분위기가 힘들었다는 전언입니다.
진행자) 지급 기준을 놓고도 회원국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고요?
기자) 네. 이들 4개국은 기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 경제 개혁과 노동 시장 개선 등의 조건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폴란드 등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특히 헝가리는 이런 조건을 요구하면 회복기금 계획 자체를 전면 거부하겠다며 팽팽히 맞섰고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들이 협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EU 집행부가 계속 절충 노력을 시도했다고 하죠?
기자) 네. 샤를 미셸 EU 집행부 의장이 보조금의 비중을 4천500억 유로 (미화 약 5천억 달러)로 낮추는 방안도 제시해봤지만,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결국 휴회 기간에도 활발한 물밑 협상을 벌인 끝에 3천900억 유로(미화 4천400억 달러)까지 낮추는 중재안을 내놨고 상당수 회원국이 이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주요 4개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마르크 루트 네덜란드 총리는 20일,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고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협상이 어려웠지만, 오늘의 결과에 매우 만족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도 회의를 계속 이어가긴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EU 정상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한 후 첫 국제적 규모의 행사이자, EU 정상들의 첫 대면 접촉으로 더 이목이 집중됐는데요. 특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균열음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피해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EU 전체 회원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약 13만5천 명인데요.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의 피해가 컸습니다. 또 EU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처를 단행해 경제적 피해도 심각한데요.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EU의 경제성장률이 8% 이상 축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영국이 홍콩과 관련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군요.
기자) 네. 영국 정부가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습니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이 20일 영국 의회에서 이에 관해 발표했는데요. “즉각” 중단하며, 기한은 “무기한”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변화가 있을 거라고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중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양국의 관계는 중국이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악화했는데요. 여기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사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꼬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홍콩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예를 들어 영국인이 홍콩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게 되면 영국 정부가 홍콩 당국에 이 용의자의 신병을 요청해 영국에서 사법 절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하지만 중국의 국가보안법 통과로, 중국과 홍콩 당국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악용해 용의자의 신병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과 홍콩이 오랫동안 범죄인 인도 조약을 유지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맞습니다. 30년 넘게 양측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이를 이행해왔습니다. 영국 외에 캐나다, 호주는 이미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발효한 이래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중단했습니다.
진행자) 영국 정부는 이미 홍콩과 관련해 여러 중요한 조처를 취했죠?
기자) 네.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들이 영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지난 1997년 중국에 영구반환됐는데요. 1997년 이전에 영국 정부가 발급한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 등 약 300만 명이 이민법 개정으로 영국 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사에 대해서는 얼마 전 영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자국의 차세대 이동통신망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사를 전면 배제하기로 했는데요.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화웨이 장비 구매를 일절 중단하고요. 2027년까지는 이미 깔려있는 5G 장비도 모두 제거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영국의 이런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영국의 내정간섭에 대해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류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움직임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러시아 등 유럽 과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인데요. 이들 과학자는 올해 들어 나타나는 시베리아 지역 이상고온 현상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없으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시베리아 지역은 북극에 가까워서 매우 추운 곳인데, 올해 들어 일부 지역이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시베리아 지역에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심각한 장기 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지난 6월 20일 러시아 베르호얀스크에서는 북극 사상 최고기온인 섭씨 38도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이상고온이 계속되면서 시베리아에 자연재해가 증가했죠?
기자) 네. 대규모 산불이 났고요. 송유관에서 기름이 새거나 해충이 확산했는데 유럽 과학자들은 이런 일이 다 이상고온 현상의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상고온으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여기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결국 인간 때문이라는 설명이군요?
기자) 네. 인간이 석유나 석탄, 가스를 사용해서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기후변화가 왔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시베리아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날 확률을 적어도 600배나 높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기후변화가 없었으면 이상고온 현상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인가요?
기자) 맞습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없으면 시베리아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8만 년에 한 번 미만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구진은 만일 온실가스를 빨리 줄이지 않으면 이번 세기말까지 최근 시베리아에서 볼 수 있는 장기 이상고온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구진은 또 이상고온은 지구 대부분 지역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상기후 현상이라면서 이를 매우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