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5.24조치 해제 논의 본격화 전망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날 남북이 합의한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5.24 제재 조치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어제(13일)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5.24 제재 조치의 해제 여부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5.24조치의 해제 여부를 둘러싼 남북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정부의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통일준비위원회 두 번째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남북이 합의한 고위급 접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5•24 제재 조치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지금 핫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합니다.”

고위급 접촉에서 5.24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새로운 게 아니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5.24 조치의 해결방식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인근에서 대북 전단 등을 문제 삼으며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5.24 조치 해결’을 강조한 것은 모처럼 마련된 남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5.24제재가 있으면 작은 통로를 열어가자는 취지의 드레스덴 구상 자체가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 의지와 방식을 대통령이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써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요구해온 5.24조치에 대해 박 대통령이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으로, 5.24조치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정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의 끈을 유지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관리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기 위해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대북 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3일 열린 통준위 회의에 참석한 한 통준위원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통준위 2차 회의에서 보고된 남북협력사업 대다수가 5.24조치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13일 열린 통준위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가 올해 3년 차를 바라보고 있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며 당국 간 대화의 정례화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3월 한국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 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협력의 전면 중단과 한국 국민의 방북 불허 등을 담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진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5.24조치는 올해 들어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 발표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과 사회 문화 교류가 확대되면서 상당부분 완화되는 효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14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논의하려면 직접 만나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나 여전히 천안함 폭침 사건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열릴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