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한국 정부에게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방적인 주장을 그만두고, 2차 고위급 접촉에 응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23일 북한이 전날 발표한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성명과 관련해 북한은 도발적 행동을 정당화 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멈추고,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존중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북 간의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전날(22일) 밤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가 남북 간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도발 행위를 막기 위한 책임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면 일정에 올라있는 2차 북남 고위급접촉을 개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특히 지난 18일과 19일 군사분계선 상에서 벌어진 교전과 관련해 한국 군이 정상적인 순찰근무 중인 북한군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강행하면 소멸 전투가 벌어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오는 30일 2차 고위급 접촉을 열자는 한국 정부의 제의에 대해 사실상의 전제 조건을 내건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한국 정부에게 요구하는 조치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북한이 주장해온 서해 경비계선 인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향후 남북 협상에서 이를 의제화해 주도권을 확보 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재 북한은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2차 고위급 접촉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조치 해제라는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 그 과정에서 체제에 위협이 되는 대북 전단 문제와 NLL과 DMZ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완화하는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의 실리까지 챙기려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의 정책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북한은 다음 달 초까지 전날 성명과 유사한 대남 비난을 이어가며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오는 25일로 예고된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과거 김정일 정권 때도 대북 전단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며 체제 안정성이 더욱 요구되는 김정은 정권의 경우 전단 문제를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를 빌미로 고위급 접촉을 무산시켜,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돌려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그러나 대북 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23일 거듭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비행금지 구역인 휴전선 일대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달아 날리는 행위가 항공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 등과 협의한 결과 전단 살포용 대형 풍선은 항공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25로 예고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 등을 지켜본 뒤 2차 고위급 접촉에 응할 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