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아베 총선 승리, 동북아 안보에 영향 없어"

5일 일본 자민당 총수인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집단자위권과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이 더욱 힘을 얻게 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가 동북아에서 공세적인 군사 외교 정책을 취해 주변국들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 승리를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와 이를 위한 안보 법제 정비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베 정부가 앞으로 동북아에서 공세적인 군사 외교 정책을 취해 주변국들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일본이 역사적 교훈을 깊이 받아들이고 안보에 관한 주변국가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가 이번 총선 승리에 힘입어 공세적인 안보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해석은 지나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반스 리비어 씨는 아베 정부가 기존 정책 방향대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일본이 재무장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 “The major emphasis here is...”

아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집단자위권의 핵심은 동북아시아에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 자위대가 미군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일본이 집단자위권에 대한 주변국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미-일 군사동맹에 근거해 상호방위조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현재로서는 일본이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집단자위권이 인정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도 아베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집단자위권은 상당히 제한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번 총선 결과 크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앨런 롬버그, 스팀슨 센터 동아시아 프로그램 국장] “Only 53% or less than that...”

이번 선거 투표율이 53%를 밑도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만큼 급격한 정책 변경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롬버그 국장은 특히 이번 선거의 쟁점이 경제 현안에 집중됐다며 선거 결과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 국방장관실에서 동아시아 담당 선임자문관을 지낸 제임스 쇼프 카네기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의석은 오히려 줄고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의석이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쇼프, 전 미 국방장관실 동아시아 담당 선임자문관] “He didn’t distance himself at all...”

그동안 공명당은 안보 현안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보다 온건한 입장을 보여 왔는데, 이번 선거로 공명당의 입김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다만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선거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집단자위권 행사를 추구하더라도 지지율 하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쇼프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