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폴란드주재 대사가 17년 만에 체코대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숙부에 대한 견제와 배려가 동시에 작용한 인사 조치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평일 폴란드주재 북한대사가 최근 체코대사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김평일이 최근 체코대사로 부임했고 리근 외무성 미국 국장이 김평일 후임으로 폴란드대사에 임명돼 주재국 동의 즉 ‘아그레망’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체코 외교부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김평일이 아그레망을 받았고 신임장은 아직 제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김평일은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인 김성애의 장남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배다른 동생이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겐 숙부입니다.
한때 김 국방위원장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공식 후계자로 확정되면서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났습니다.
김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김성애와 함께 ‘곁가지’로 분류돼 권력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1988년부터 헝가리와 불가리아 핀란드를 거쳐 폴란드 대사를 연이어 맡았지만 사실상 유배나 다름없는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특히 폴란드대사 재임 기간은 무려 17년이나 됐습니다.
김평일은 여러 나라 언어에 능통하고 특히 오랜 해외생활로 사고방식 또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평일은 북한 내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에게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만의 하나 권좌에 오른 지 이제 3년 밖에 안 된 김 제1위원장의 통치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대안으로서의 잠재적 가능성 때문에 이번 인사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김평일이 오랫동안 폴란드 대사로 있으면서 그 쪽에 나름대로 인맥이 구축됐을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이 그런 점을 경계해서 체코대사로 옮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은 통상 대사를 임명하면 그 소식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노동신문'에 싣는 데 김평일의 경우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도 그런 부담감이 작용했으리라는 관측입니다.
북한 연구기관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윤걸 소장은 김평일의 체코대사 부임이 김 제1위원장의 숙부에 대한 견제와 함께 배려하려는 속내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체코는 폴란드 보다 발전한 나라로, 대사직을 수행하기에 여건이 더 좋다며 이번 인사 조치가 숙부에 대한 예우를 보여 준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리근 미국 국장의 후임으로는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이 임명된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최 부국장이 지난해 국제무대에서 자신을 미국 국장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며, 북한 외무성 대미라인에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