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기업협의회 첫 회의가 모스크바에서 열렸습니다. 양국 고위 관리들도 참석해서 북한 라선특구에 대한 전력 공급과 온성군 철도 개보수 사업 등 굵직한 경제협력 사업들을 논의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과 러시아의 기업협의회에 대해서 잠깐 알아보죠. 어떤 역할을 하는 단체입니까?
기자) 북-러 기업협의회는 양국 민간 경제협력과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이달 초 모스크바에서 발족했습니다. 러시아 상공회의소가 주축이 됐고 러시아 외무부와 경제개발부, 극동개발부,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협의회는 러시아 기업이 북한에서 사업 동반자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합니다.
진행자) 북-러 기업협의회 첫 회의가 열렸는데, 양국 고위 관리들도 참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지난 25일 열렸는데요, 북한에서는 리용남 북한 대외경제상, 러시아 측에서는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갈루슈카 장관은 회의에서 민간 주도의 기업협의회에 정부 고위 관리들이 참석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만큼 이번 회의가 갖는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기업들도 많이 참가했습니까?
기자) 네. 기간시설과 에너지 부문의 기업들이 많이 왔습니다. 러시아철도공사 (RZD)와 러시아 최대 국영 수력발전회사인 루스기드로 (RusHydro), 그리고 이 회사의 극동지역 자회사인 라오 동부에너지시스템 (RAO Energy System of East)에서 대표를 보냈구요, 극동지역 광산업체인 노던 마인즈 (Northern Mines)와 러시아 최대 상업용 차량 제조업체인 가즈그룹 (GAZ Group), 생의약품 전문회사인 나노레크 (Nanolek)도 참석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대기업들이 많이 왔군요. 주로 어떤 사업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우선 라선 경제특구에 전력을 보내는 사업이 가장 눈에 띕니다. 이미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올해 2분기에 마무리될 계획인데요, 라오의 알렉세이 카프룬 부사장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라선특구에 전력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라선특구는 앞으로 10년 간 총 600 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받게 됩니다. 라선특구에 대한 송전이 시작되고 나면 2단계로 이를 보완할 새 송전망과 발전소도 건설될 계획입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북한을 경유해서 한국에까지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과 한국의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 러시아 최대 국영 수력발전회사인 루스기드로의 예브게니 도드 사장, 이렇게 세 사람이 지난달 30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극동개발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러시아와 한국은 북한을 경유하는 송전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습니다. 이번 북-러 기업협의회에서도 이 사업이 거론됐는데요, 루스기드로 측은 다음주 서울에서 한국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북한 대표단에 알렸습니다.
진행자) 북한 내 철도 개보수도 러시아의 역점 사업인데, 어떤 논의가 있었습니까?
기자) 북한 측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함경북도 온성군의 남양에서 나진을 잇는 150km 철도 구간을 개보수하는 사업입니다. 북-중 국경선을 따라 철도 구간이 이어져 있는데, 북한 측의 사업 제안에 러시아철도공사가 동의했습니다. 갈루슈카 장관은 중국도 이 철도 구간을 이용해 라진항으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진행자) 온성군 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의 철도 구간을 현대화하는 사업이 이미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은 포베다, 러시아 말로 승리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는데요, 지난해 10월 평안남도 재동역과 남포역을 잇는 철도 개보수 사업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20년에 걸쳐 3천500km 길이의 철로와 터널, 교량이 개보수되고, 2백50억 달러에 이르는 사업자금은 북한 광물자원을 수출해 조달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 사업에 관한 협의가 있었는데요, 사업주체인 러시아 합작기업 ‘브릿지 그룹’이 올해 안에 평양과 남포를 잇는 철도 구간의 설계와 건설 준비 작업을 마칠 계획입니다.
진행자) 그 밖에 또 어떤 사업이 논의됐습니까?
기자) 러시아 최대 상업용 차량 제조업체인 가즈그룹이 4.5t 중형 트럭을 북한에 공급하는 방안이 협의됐고, 북한 김책제철소 현대화와 북한 광물자원의 세부목록 작성도 함께 논의됐습니다. 북한 근로자들을 러시아 극동지역에 보내 건설사업에 투입하는 방안도 러시아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갈루슈카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 이주법이 까다로워지기는 했지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이달 중순 북한 근로자 관련 보고를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곧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