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 노동당 비서보다 앞서 호명해 북한 최고 권력층의 서열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최고위층 정비 작업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관’에 새로 조성한 근위부대관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하며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이름을 최룡해 노동당 비서보다 먼저 소개했습니다.
황 총정치국장이 최 비서보다 매체 호명 순서에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5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되면서 최 비서보다 먼저 이름이 불려졌다가 지난해 10월 김 제1위원장이 ‘5월1일 경기장’을 방문했을 때부터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소개된 최 비서에게 밀려났습니다.
북한 권력층 연구에 정통한 한국의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북한 엘리트들의 호명 순서는 행사 성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사례로 권력서열의 변화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기 때문에 황 총정치국장이 확대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과거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황병서도 지난 2월 상무위원에 임명됐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당 정치국 회의와 정치국 확대회의,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잇따라 열고 ‘조직 문제’를 다뤘다고 밝혀 주요직의 인사 이동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황 총정치국장이 상무위원 자리에 올랐다면 당 중심의 국가운영체계를 복원하고 자신의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군과 당, 국가기관을 각각 대표하는 인물들로 황병서와 최룡해, 김영남을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포진시켜 그 정점에 김 제1위원장을 올려놓는 충성구도가 마무리 단계에 온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당을 대표하는 최룡해 그리고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그리고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김영남 이런 구도로 소위 말해서 균형과 견제를 통해 충성심을 끌어 올리고 나아가서 김정은 유일 영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번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관’ 방문에는 황병서와 최룡해를 비롯해 오일정과 한광상 당 부장, 리재일 리병철 당 제1부부장, 그리고 김여정 등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들이 모습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