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0년째 전력난...평양 아파트 승강기도 '스톱'

  • 최원기

지난해 1월 미 항공우주국 소속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한반도의 밤 사진. 한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북한은 검은 어둠에 덮여있다. (자료사진)

지난 1980년대 시작된 북한의 전력난이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전기가 없어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어려움이 심하고, 특히 지방은 암흑천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 실태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 봄 가뭄이 계속되면서 전력난도 한층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작년 임진강 이북에는 전혀 비가 안 왔어요, 물이 없으니까 수력발전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화력발전으로 커버할 수도 없고, 그러니 에너지 사정이 나쁠 수밖에 없죠.”

탈북자들은 북한의 전력난이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평양교원대학서 근무하다 지난 2002년 한국으로 탈북한 이숙 씨입니다.

[녹취: 이숙] “김일성 주석 때도 전기를 잘 안줬는데, 80년대 후반부터 왔다갔다 하면서 전기를 좀 줬는데, 그 뒤 완전히 안주면서 비극이 시작된 거죠.”

북한의 전력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89년 294억kwh 였던 북한의 발전량은 10여 년이 지난 2001년에는 오히려 202억kwh로 30% 가깝게 줄었습니다.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정우진 박사는 북한 수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의 절반 가량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정우진 박사] "가동이 700만-900만 kw라는 소리도 있지만, 실제로 돌아가는 것은 300만 정도로 추정되고, 설비가 있지만 노후화됐고, 수력은 계절적 영향이 있고, 그나마 있는 설비도 잘 안 돌아 가는 상황입니다.”

전력난은 북한 주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한겨울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탈북자 이숙 씨는 말합니다.

[녹취: 이숙]”전력난으로 숱한 집과 학교, 유치원, 탁아소가 춥고 겨울에는 지옥입니다, 지옥. 불을 땔 수도 없고, 우리 어머니도 추워서 폐렴으로 돌아가셨는데…”

평양의 광복거리나 창광거리 같은 고층 살림집에 사는 주민들도 승강기가 작동되지 않아 큰 고생을 한다고 이숙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숙]”여기 탈북자가 하는 말이, 우리 얘기가 처음 배운 말이 ‘아이고 죽겠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가 20층을 애기를 업고 올라가면서,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죽겠다’하며 올라가니까. 아이가 그 말을 배워서 ‘아이고 죽겠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전력난은 공장과 기업소 가동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력 부족으로 북한의 공장가동률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도도 제대로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2008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열흘 걸렸어요, 원래 급행으로 5시간 거리인데, 도중에 여행객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경우도 있어요. 전기 때문에.”

평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기 공급이 끊어진 지방은 아예 광솔이나 호롱불로 지내는 형편이라고 백화성 씨는 말합니다.

[녹취: 백화성] ”석유하고 초는 비싸서 일반 사람들이 사기는 힘들고 농촌에서는 송진이 묻어있는 광솔로 불을 밝히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강물과 하천에 중소형 발전소를 여럿 세웠습니다. 그러나 발전량이 워낙 작은데다 관리가 제대로 안돼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정우진 박사는 지적합니다.

[녹취: 정우진 박사] ”강이나 하천에 낙차를 이용하는 조그만 소형 발전기인데요, 그런 운동을 많이 했는데, 기술적 문제도 있고, 관리도 안되고 해서 실제로 가동되는 것은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녹취: KCNA]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위원장은 희천발전소 건설장을 돌아보시면서 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령적 과제들을 제시하시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재임 중 자강도에 건설 중인 희천발전소를 자주 방문해 공사를 빨리 끝내라고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희천발전소가 완공된 2012년 4월 이후에도 북한의 전력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전 장관] ”실제 완공이 됐다 하더라도 과연 어느 정도 터빈이 돌아 생산량이 어느 정도인지 의문이죠. 시설용량은 큰 것 같은데 실제 발전량은 몇 십분의 일도 안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북한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전기 문제를 풀려면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받아 발전소를 세워야 하는데, 지금처럼 핵 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겁니다. 다시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우진 박사입니다.

[녹취: 정우진 박사] ”일단 북한경제가 살아나려면 전력난부터 해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력난을 해결하려면 자기 자본이나 기술로는 안되니까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게 정치적으로 안되니까, 현실적으로 답답한 국면입니다.”

VOA 뉴스 최원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