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타결된 이란과 서방국들의 핵 합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가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핵 폐기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워싱턴에서 33년 간의 외교관 경험을 담은 책 ‘전초기지: 미국 외교관의 전선에서의 삶’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가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최근 타결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My professional opinion of the agreement is very positive…."
당초 예상보다 이란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원심분리기와 원자로 등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이번 합의에 담겼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또 이란과 합의한 검증 절차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 (P5+1)과 이란은 지난 2일 이란이 군사적 목적의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잠정합의를 타결했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힐 전 차관보는 이번 합의가 계획대로 진행돼 오는 6월에 최종 합의가 타결된다면 장기간 교착상태에 있는 북 핵 6자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한이 이번 합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힐 전 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Because I think you will see some sincerity on the part of P5…"
이번 합의문에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경우 제재 해제가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 등에 대한 주요 6개국의 진심이 잘 반영돼 있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이번에 타결된 이란과의 합의가 실질적인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진정으로 핵 폐기에 관심에 있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힐 전 차관보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We tested that proposition with Kim Jong Il…"
미국이 김정일 정권과 협상할 때 경제적 합의와 상호 인정, 외교관계 등 모든 것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놨지만, 북한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후 더 사정이 악화됐다며, 이제는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포기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이란과 달리 북한이 여전히 국제사회에 합류하겠다는 집단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