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앞으로 북-러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두 나라 사이에 감정적 앙금은 남을 수 있지만 기존 협력관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러시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러시아 전승절 행사 불참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김 제1위원장의 방러를 외교적 타개책으로 공을 들였지만 북한이 끝내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일찌감치 김 제1위원장의 참석을 기정사실처럼 밝혀 온 만큼 행사를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북한의 불참 통보는 러시아로선 체면을 구긴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김 제1위원장의 불참 발표 이전과 이후 양국의 표정은 외관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러시아 언론들은 김 제1위원장의 불참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번 일로 북-러 간 경제협력 합의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러시아의 전략 무력 강화 움직임을 높이 평가하고 노동절 경축 모습을 전하는 등 북한 매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한반도 긴장 상황을 고려해 안방을 비워둔 채 러시아로 가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이런 내부 사정 때문이라면 북-러 협력 기조에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직접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가지 않아 러시아 입장에서 조금 서운한 입장을 가질 수 있겠지만 형식적이지만 대외적 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감으로써 북-러 관계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의 불참 배경에 대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으려던 것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 핵 문제에서의 북한 입장 지지나 상당 규모의 경제 지원 등을 바랬지만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차두현 경기도지사 외교정책특보는 김 제1위원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힘들었거나 회담 성과로 내놓을 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대외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대신 보내기로 한 것으로 미뤄 북-러 간 기존 협력관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게 봤습니다.
[녹취: 차두현 경기도지사 외교정책특보] “당장 발표할 수 있는 데 대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양자 간 정상회담을 할 시기가 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에 김정은 다음 급 즉, ‘넘버 2’ 급을 보내는 선에서 외교적 예의를 차리고 다음을 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요.”
차 특보는 북-러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악화된다면 중국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북한은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 밖에 없다며 김 제1위원장이 그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외교적 고립이라는 동병상련의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을 대체할 파트너로, 러시아는 동진정책의 협력자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협력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