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이 김정은 권력 기반의 취약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행태가 체제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됐다는 첩보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 외에 별다른 확인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CFR) 선임연구원은 13일 ‘VOA’에 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여부를 잘못 예측했던 선례를 지적하며,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를 체제 안정 여부를 가늠하는 변수로 규정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당과 군 최고위급 인사에 대한 숙청이 광범위하게 단행되고 있는 건 김 제1위원장의 권력기반이 여전히 공고하지 못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He appears to be still having trouble maintaining his power base…”
특히 김 제1위원장이 군부 통제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한계가 앞으로도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입증되지 않은 보도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와 정권 안정을 위해 추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댄 스나이더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숙청을 북한 상황이 일각의 관측과 달리 평온하고 안정적이지 않다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이런 분석은 북한에 앞으로도 숙청의 바람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집니다.
벡톨 교수는 고사포까지 동원하는 김정은의 처형 방식이 최고위 인사들의 사소한 잘못에까지 반복 적용될 수 있다면서, 후임 인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The guy who replaces him whoever that is will certainly be very very fearful…”
전문가들은 권력 공고화를 목적으로 단행하는 거듭된 숙청이 오히려 체제 불안을 가중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 소사이어티 부회장은 이 같은 숙청은 어떤 정치체제 하에서도 공포 또는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perts SWB 5/14 ACT 3> [녹취: 스티븐 노퍼 부회장] “There is a possibility that this type of execution signals real factionalism in Pyongyang and that’s very dangerous over time…”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파벌 간 경쟁을 심화시켜 북한 지도부 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이번 첩보가 김정은 정권의 편집증적 성격을 드러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를 볼 때 단시일 내에 김정은 정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나타나긴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이 얼마나 취약하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지 여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노퍼 부회장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시기가 그의 러시아 방문 직후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노퍼 부회장] “The execution will come as a surprise to the Russians who had welcomed Hyun in mid-April…”
노퍼 부회장은 이런 정황이 러시아에 놀라움과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중대한 전략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