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주장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과 핵무기 소형화 능력에 대해 미국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앞서 백악관이 북한의 핵무기 능력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는데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의 분석을 보면 핵심인 핵무기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re-entry) 기술 모두 아직 완성단계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 당국자는 어제 (20일)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히 진전됐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란 게 한국과 미국의 일치된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군 고위 사령관들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미 본토에 발사할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윌리엄 고트니 미 북미항공우주방어사령관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그런 발언을 했었습니다.
[녹취: 고트니 사령관] “Our assessment is that they have the ability to put it on-nuclear weapon a KN-08 and shoot it at the homeland…”
고트니 사령관은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이동식 KN-08 미사일에 장착해 미 본토로 발사할 능력이 있다는 게 미군의 평가”라고 지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해서 이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고트니 사령관 외에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새뮤얼 라클리어 태평양사령관도 지난달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기술를 갖춘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이들 일선 지휘관들의 발언 내용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결국 백악관이 이번에 성명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정보당국은 적의 무기체계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실제로 무기 능력을 과시할 때까지 이를 현존하는 능력으로 공식화하지 않는 겁니다. 북한이 아직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수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 당국의 이런 공식 입장과는 별개로 북한이 실질적인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요?
기자) 일부 미 전문가들이 그런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0일 ‘VO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의구심이 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64년에 첫 핵실험을 한 뒤 불과 2년 뒤에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고, 미국은 10년, 러시아는 7년 정도 걸렸던 예를 보면 북한도 2006년에 첫 핵실험을 한 지 9년이 됐으니까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 역시 9년이면 시간이 충분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무기체계 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군사 컨설팅업체인 IHS 산하 전문지 ‘IHS제인스 인텔리전스 위클리’는 지난달 분석에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re-entry) 기술 확보는 아직 회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기술적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아직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베넷 연구원은 다른 견해를 보였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외국의 지원을 받았을 수 있다는 얘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러시아나 중국인 과학자들이 북한의 개발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옛 소련의 많은 과학자들이 냉전이 끝난 뒤 일자리를 잃은 것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 일부가 돈을 받고 북한을 지원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용 북극성 1호의 기반이 옛 소련의 R-27 Zyb SS-N-6을 개량한 무수단임을 감안하면 북한이 R-27에서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진행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뭔가요?
기자) 핵 미사일은 통상적으로 중장거리용으로 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입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탄두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낙하하면서 수 천 도의 온도와 압력을 견뎌야 목표물을 제대로 타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이런 독자적 기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일정 수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만약 일부 전문가들 추정대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갖췄다면 미 본토에도 위협이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기자) R-27의 사거리를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 즉, 무수단이나 노동미사일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미 본토보다는 한국과 일본에 더 위협적이란 지적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소수 보유하고 있더라도 북한 국방위원회가 이번에 주장한 “정밀화 지능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성능과 정확도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많은 시험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무척 떨어진다는 거죠.
진행자) 앞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얘기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북한 국방위원회는 어제 (20일) 성명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에 대해 언급하면서 “주체 조선의 군력 강화에서 최절정을 이룬 또 하나의 일대 장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의 보도 내용을 들어보시죠.
[녹취: 조선중앙 TV] “탄도탄 수중시험 발사는 정정당당한 자위력 강화 조치이며 합법적인 주권 행사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주장과 달리 SLBM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미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제임스 위너필드 미 합참부의장은 지난 19일 워싱턴의 한 강연에서 북한이 SLBM을 개발하기까지는 여러 해 (many years)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위너필드 사령관] “They're many years away from developing this (SLBM) capability……”
위너필드 부의장은 북한의 SLBM 능력이 다행히도 자신들의 주장을 믿게 하려는 북한의 비디오 편집자나 선전선동 전문가들의 능력만큼 진전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SLBM 시험발사를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 전문가들 역시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 판독 결과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또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위험성이 매우 높은 미사일 사출시험 장소의 거리가 비현실적으로 가깝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독일의 항공우주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진에 나오는 미사일과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나란하지 않고 매체들이 공개한 미사일들과 연기조차 다르다며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끝으로 북한이 왜 이 시점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 하는 걸까요?
기자) 미 전문가들은 나라 안팎으로 여러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정권의 강력함을 과시하고 외부적으로는 억제력과 강압외교를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 (NPT)은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만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과 국제 결의 위반에 보상은 결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