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6.25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 16 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미 국방부가 ‘VOA’에 밝혔습니다. 실종자 신원 확인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유전자 감식 기법의 발달이 확인 작업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2일까지 신원이 새롭게 확인된 6.25 전쟁 미군 실종자가 총 16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DPAA 관계자] “From January until today there are 16…”
이 관계자는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6.25 전쟁 미군 실종자들에 대한 신원 확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34 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1982년 이후 지금까지 311 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258 명은1995년 이후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11년 시작한 6.25 전쟁 실종자 관련 새 프로젝트 (K208)와 올해 관련 조직을 통합한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이 출범한 뒤 신원 확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미군 포로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워크 부장관] “The secretary of defense and I will work tirelessly to ensure your love….”
애슈턴 카터 국장장관과 자신은 실종 장병들에 대한 존엄과 경의, 돌봄의 의지를 갖고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통해 이들이 조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미군 관계자들은 특히 지난 10년 동안 6.25 전쟁 미군 실종자 7천여 명의 가족 1만 4천 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게 신원 확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실종자 유해 감식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니 진 박사는 지난해 8월 ‘VOA’에 가족들의 DNA 확보로 1999년 15% 수준에 머물던 DNA 시료가 최근에는 90% 가까이 높아져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미군은 지난 1990년에서 1994년 사이 북한 측으로부터 인도받은 208 개 상자에 든 600 구 이상의 미군 유해와 1996-2005년 사이 북한 내 발굴 작업을 통해 찾은 229 구를 중심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은 현재까지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6.25 전쟁 미군 실종자는 7천846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그럼 김영권 기자와 함께 6.25 전쟁 미군 실종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군이 과거 북한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계속 중단된 상태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은 지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동안 북한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했습니다. 이 기간 중 2백29 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했었죠. 이후 유해 발굴 작업단의 안전 위험을 이유로 중단했다가 2011년에 북한 측과 다시 작업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도발 위협을 계속하자 미 국방부는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진행자) 그 후로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미 국방부가 유해 발굴 사업을 재개할 계획은 아직 없는 건가요?
기자) 네 아직 계획이 없다는 게 미 국방부의 입장입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VOA’에 미군은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 유해 발굴 사업 재개에 대해 북한 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떤 여건의 조성을 의미하는 건가요?
기자) 북한 정권이 도발적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의 유해 발굴 사업이 중단된 이유가 북한 정권의 도발적 행동 때문임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줄 때까지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의 게리 셔 지역조정관은 1일 미 국방부 뉴스팀 (Dod News)에 “미-북 관계가 어떤 형식으로든 재개되면 북한 내 유해 발굴 사업도 재개될 기회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은 미군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북한 내 유해 발굴 사업의 중단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에서 유해 발굴 사업이 중단된 것은 미국의 일방적 처사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군 유해들이 유실될 위기에 놓여 있으며, 그 책임은 미군 측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북한에는 얼마나 많은 미군 유해가 있습니까?
기자) 미 국방부는 미군 실종자 7천847 명 가운데 5천300 구의 시신이 아직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는 주로 어느 지역에 미군 유해가 많이 묻혀 있습니까?
기자) 미군이 지난 1954년에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평안북도 청천강변이 있는 운산군에 1천549 구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중공군의 갑작스런 반격으로 미 7기병연대 제3대대가 포위돼 전멸했습니다. 또 미 해병대원들이 많이 전사한 장진호 일원에 1천79 명, 북한과 중공군의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자강도의 1호와 5호 수용소, 미 2사단 병력이 많이 희생된 평안북도 개천군의 군우리 등지에도 수 백 구의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군의 기존 유해 발굴 사업도 이 지역들에 초점을 맞췄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은 웹사이트에서 지난 1996년부터 총 33회에 걸쳐 북한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말씀 드린 주요 지역들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협조에 소극적인데다 감시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이와는 별도로 199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48회의 유해 발굴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한국에 아직 950 구, 중국에 20구 미만의 미군 시신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생존해 있는 미군 실종자는 없습니까?
기자)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은 웹사이트에서 생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953년 휴전 이후 정보 당국과 함께 생존자 파악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조사를 했고, 1995년 이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을 통해 생존자 여부를 별도로 조사했지만 실질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미 국방부는 이와는 별도로 휴전 이후 북한에 월북한 미군 6 명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에는 현재 1 명만이 생존해 있고 다른 1 명은 2004년 북-일 정상회담 합의로 일본인 납북자 아내와 함께 일본에 정착한 젠킨스 씨이며, 나머지 4 명은 북한에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앞서 16 명의 미군 신원이 올해 확인됐다고 했는데요. 한 사람 한 사람 눈물 없이는 못 듣을 사연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에 파악된 병사의 사연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지난달에 가족의 품에 안긴 유진 에릭슨 일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 38 보병연대 2대대 소속이었던 에릭슨 일병은 21살의 나이로 1951년 강원도 홍천에서 중공군과 전투 중 실종됐습니다. 이후 미군 포로 생존자들을 통해 그가 포로수용소에서 영양실조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미군은 1953년 미네소타 주에 살고 있는 가족에게 사망 통보를 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거의 64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부모는 에릭슨 일병의 생환을 고대하다 오래 전에 숨졌고 올해 88살인 형 클레이턴 에릭슨이 미 남부 뉴멕시코 주에서 64년 만에 통보를 받았습니다. 형 클레이턴 씨는 동생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사를 가는 곳마다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초에 딸을 통해 동생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사기가 아니냐”며 믿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에릭슨 일병의 유해가 북한이 지난 1990년에서 1994년 사이 미군에 인도한 208 개의 박스에 들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박스들에는 북한이 여러 지역에서 수거한 400여 구의 유해가 복잡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유전자 감식(DNA)이 결정적 역할을 했겠군요
기자) 네, 지난 2000년에 미군이 에릭슨 일병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가져 갔는데, 시료의 정보가 일치했던 겁니다. 에릭슨 일병은 208 개 상자에서 신원이 확인된 128번 째 미군 실종자로 기록됐습니다. 미 국방부는 자유 수호와 조국을 위해 희생된 마지막 미군 실종자의 유해를 찾아내 집으로 돌아오게 할 때까지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6.25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들에 대한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 현황에 관해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