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대표 "북한의 서울사무소 위협 유감"

방한 중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2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북한이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에 때맞춰 억류 중인 한국 국민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데 대해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조치는 사실상 유엔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억류 중인 한국 국민 2 명에게 최근 무기징역을 선고한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유엔 인권 분야 수장인 자이드 최고대표는 25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이번 선고가 공식적인 법 절차를 밟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이에 따라 북한이 최대한 빨리 이들을 석방하도록 연락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특히 이번 선고가 북한의 인권 침해를 감시하기 위한 현장 거점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지난 23일 서울사무소의 문을 연 데 반발한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수긍했습니다.

[녹취: 자이드 유엔 인권최고대표] “but clearly any threat from the member states of United Nations against U.N. entity is something deeply regrettable and unbecoming of the member state”

자이드 최고대표는 유엔을 상대로 한 유엔 회원국의 위협은 매우 유감스럽고 온당치 못한 일이라며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3일 유엔 인권기구 서울사무소 개소식과 거의 동시에 억류 중인 한국 국민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 씨와 최 씨가 한국의 국가정보원 간첩으로 정탐과 모략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이들에 대해 국가전복 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또 북한이 서울사무소 개소에 잇달아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그렇다고 해서 사무소의 역할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라는 본래 역할에 충실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또 북한이 분노에 찬 협박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권 문제에 최소한의 관심을 보이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며 일례로 각국의 인권기록을 다른 국가가 검토하는 이른바 ‘국가별 인권 상황 정례검토’ 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사무소는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감시와 보고 활동에 그치지 않고 북한 정부와의 대화에도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를 놓고 대북 지원과 연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방법이라며 조건부 지원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심각한 가뭄에 대해선 북한 정부가 이웃국가들이나 인도주의 기관들과 접촉해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조건 없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일본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3 명의 일본 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24일 만나면서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인 만남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깨달았다며 할머니들이 일본 총리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직접 표현할 수 있다면 일본은 이 여성들이 얼마나 부드럽고 결의에 찬 분들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