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쿠바가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회복한 데 대해 환영하면서 북한도 이런 국제사회의 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쿠바와의 수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2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미국과 쿠바 두 나라가 국교를 회복하고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 회복이 양국 간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전기가 되는 한편, 쿠바 국민에게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도 올바른 선택을 통해 이러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쿠바 양국은 현지시간으로 1일 국교 재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54년 6개월여 만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외교관계를 정식으로 복원했습니다.
미-쿠바의 국교 회복 선언으로 쿠바와 `반미전선'에서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지켜 온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한층 깊어질 전망입니다.
한국 정부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노광일 한국 외교부 대변인] “우리 정부는 무역 문화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쿠바와의 실질협력을 확대하면서 한-쿠바 관계 개선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에 앞서 1일 국회에 출석해 쿠바와의 수교 문제에 대해 역점을 두고 지난 1년여 간 다양한 노력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쿠바는 지난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오랫동안 교류가 중단됐다가 최근 들어 문호를 개방하면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이 5천7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또 지난 2월 쿠바 정부 초청으로 한국이 아바나 국제도서전에 참가했고 알프레도 루이스 문화부 대외관계국장이 이끄는 쿠바 정부 사절단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습니다.
윤 장관은 그러나 쿠바와 수교까지 가는 데는 북한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며 북한과 쿠바와의 전통적인 우호관계, 특히 선대에서의 우호관계가 워낙 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0년 쿠바와 수교했고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김일성 주석은 ‘혁명 1세대’로 우의를 다져왔습니다.
북한은 쿠바가 미국에 이어 한국과 가까워지는 데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엔 리수용 외무상이 쿠바에 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했고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는 지난달 말 쿠바를 방문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났습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에겐 상당한 충격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쿠바가 미국과 국교정상화가 다시 되면서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도 이제 시간 문제가 아니냐 (전망되는데)… 만약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면 북한으로선 상당히 이념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는 또 바깥 세계를 아는 엘리트들에겐 내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쿠바처럼 미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은 아마 이런 변화보다도 오히려 체제 생존 차원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과 같은 독자노선 또 자주노선을 더 고수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중 관계도 냉랭한데다 남북관계 또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