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7일)은 6.25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2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날을 대하는 남한과 북한의 시각은 완전히 다른데요. 정전협정일을 전승절로 강조하는 북한의 태도에는 이른바 `주적'에 대한 승리를 통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1953년 7월27일,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과 김일성 북한 군 최고사령관, 그리고 펑더화이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관 등 3 명이 정전협정문에 서명하면서 6.25 한국전쟁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전쟁이 발발한 지 3년 1개월 만이었습니다.
정전협정은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이 중단된 것일 뿐, 62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정전협정 체결일을 바라보는 남북한의 시각은 극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북한은 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북침전쟁을 일으킨 미국과 싸워 이긴 승리의 날이라고 주장하며 전승절 즉, 조국 해방전쟁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정전협정 60주년 당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한 차례의 세계대전과 맞먹는 이 전쟁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국을 비롯한 16개국 무력 침범자들과 남조선 괴뢰들을 타승하는 역사의 기적을 창조하였습니다.”
올해는 대규모 노병대회까지 개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3번째 열린 이 노병대회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김정은 동지께서 진두에서 이끄시기에 백두산 대국의 앞길에는 영원히 승리의 7.27만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차 넘쳤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이라 주장하며 치켜세우는 것은 체제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전승기념일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고 반제국주의와 반미 선전의 극대화를 위한 기념일로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박사입니다.
[녹취: 안찬일 박사 /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김정은 시대 들어와 이걸 자꾸 부각시키는데 그래서 담배마저도 7.27 담배가 나올 정도로 도처에 7.27에 대한 상징을 휴전이 아닌 전승으로 자꾸 부각시키는 것을 보면 김정은 시대에 전승을 크게 부각시켜서 리더십에 플러스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외부의 적을 부각시킴으로써 내부 결속의 이득을 얻고 여기서 이제 김정은이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그런 전략이라고 봐야죠.”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6.25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인 만큼 북한처럼 정전협정일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전쟁이 시작된 6월 25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는 북한의 기습남침을 두고두고 기억하자는 취지라는 해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또 전쟁 당시 우방국으로서 한국에 도움을 준 유엔군 참전용사를 초청하는 등의 행사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영태 박사는 외부의 강한 적, 즉 미국이라는 주적과 싸워 물리친 김일성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가 북한에 있기 때문에 남북한 시각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영태 박사/ 한국 통일연구원 ] “미국을 주적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이 미국한테 승리를 했다, 이렇게 자리매김을 해줘야 김일성 정권 자체가 정당화 된다는 거예요. 일단 진 전쟁을 이기는 전쟁으로 만들어 줘야 김일성 정권이 정통성을 갖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 전쟁 자체를 승전기념일로 삼는다, 미 제국주의 하고 싸워서 이긴 날이라고 포장을 한 날인 거예요.”
정 박사는 이 같은 북한의 행동이 주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심어준 뒤 미국에 대해 승리했다고 보여줌으로써 `김일성 조선'이 위대한 나라라는 것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정전협정 체결 62주년을 맞아 한국 정부는 6.25 한국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을 거행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