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습니다. ‘항일전쟁과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이번 열병식을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특히 이 행사의 일환으로 펼쳐진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열병식을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참관했습니다.
황금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안내를 받으며 중국의 상징인 톈안먼 성루에 올랐습니다.
이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바로 옆에서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곳입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번 행사 참석은 광복 70주년, 그리고 한-중 수교 23년 만에 두 나라 관계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박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의 오른쪽 두 번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였습니다. 시 주석의 왼편에는 중국의 고위 인사들이 자리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시 주석의 오른쪽 맨 끝에 자리해 불편해진 북-중 관계의 현 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30여 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서방국가 정상들은 거의 불참했습니다. 유럽연합 28개 국가들 중엔 체코의 밀로스 제만 대통령만 참가했습니다.
베이징 현지 시각으로 오전 10시 시작된 행사는 기념촬영에 이어 축포 발사, 중국 국가 연주,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 그리고 시 주석의 연설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시 주석은 기념사에서 인민해방군 병력 30만 명 감축 계획과 함께 중국은 평화발전의 길을 걸으며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은 상호 존중과 평등한 관계 발전, 그리고 평화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게 모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가 평화적인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는 주변국가들의 시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시 주석은 또 일제의 침략으로 중국인이 겪은 피해와 희생을 부각시키면서도 일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습니다.
행사는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진 열병식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열병식에는 군 병력 1만2천여 명과 500여 대의 무기 장비, 그리고 200여 대의 군용기가 동원됐습니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1D’와 ‘둥펑-26’,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31A’, 주력 전투기인 ‘젠-11’과 ‘젠-15’ 그리고 방공미사일 시스템 ‘훙치-6’과 대전차 미사일 시스템 ‘훙젠-10’ 등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전략미사일인 ‘둥펑-31B’와 ‘둥펑-41’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로 알려진 ‘젠-20’과 ‘젠-31’ 등 최신예 전략무기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의 이런 군사력 과시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 포위망 구축 시도에 반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입니다.
[녹취: 이상숙 국립외교원 교수] “일본을 비롯한 영토 분쟁이 있는 국가들에 대해 안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병식은 70분 정도 진행됐고 베이징 상공에서는 첨단 군용기들의 화려한 에어쇼도 펼쳐졌습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러시아와 몽골 등 11개국 병력이 참여했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 참관단이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