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한적십자사가 최근 이산가족 상봉에 참가한 한국 측 가족들에 대한 심리치료를 실시합니다. 또 연말까지 이산가족 만 명의 영상편지를 만들어 내년에 북측에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다음달부터 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참석한 가족들을 대상으로 후유증 심리치료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상봉에 참석한 가족 643 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봉 후 심리 상태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전국의 적십자사 지사를 통해 심리치료를 실시합니다.
대한적십자사 우광호 남북교류팀장입니다.
[녹취: 우광호 팀장/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협력팀] “심리치료를 실시하는 이유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라든지, 삶의 목표였던 가족과의 만남이 이뤄진 뒤 다시는 못 볼지 모른다는 일종의 상실감으로 밤잠을 설치거나 건강이 안 좋아지는 분들이 간혹 계시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는 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며, 심리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전문병원과 연계해 지속적인 치료를 병행할 계획입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73%가 상봉 후 불편한 점이 없다고 응답한 반면 36%는 ‘상봉 이후 답답하고 허탈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차라리 만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응답도 8.7%였습니다.
한국의 이산가족들은 그러나 상봉 이후 심리치료보다 상봉 정례화나 서신 교환과 같은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입니다.
[녹취: 심구섭 대표/ 남북이산가족협의회] “상봉을 한 가족들은 당장 내일을 기약 못하고 헤어진 것 아닙니까. 상봉자들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에서 편지 왕래나 생필품 전달 등 후속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는 적십자 본회담이 열리면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상봉 정례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입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일단 올해 말까지 이산가족 1만 명의 영상편지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10분 남짓 분량의 영상편지에는 안부 인사와 함께 어릴 적 추억과 고향 이야기 등이 담깁니다. 제작에는 남북협력기금 174만 달러가 사용됩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제작한 영상편지를 내년에 북측에 전달하는 방안을 통일부와 협의할 예정입니다.
이산가족들의 영상편지 전달 사업은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산가족 간의 교류를 활성화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한국 통일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모두 6만6천여 명으로 절반 이상이 80대 이상이며, 해마다 4천 명이 숨을 거두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