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두 나라 정상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립니다. 양국 간 갈등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핵 문제 등 북한에 대한 안보공조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한국의 이명박 전 대통령 때인 지난 2012년 5월 이후 3년 반 만입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이처럼 오랜만에 성사된 것은 양국의 해묵은 과거사 갈등이 최근 몇 년 새 한층 격화된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양국의 갈등 요인들은 지금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내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이 열리는 배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삼각 안보 공조의 필요성만큼은 한-일 두 나라가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북 핵 문제 등과 관련해 안보 협력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로 악화된 양국관계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곽진오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과거사와 관련해 한국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일본 측의 전향적 입장 표명을 원하고 있지만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덮고 새 자위대 관련법에 근거한 안보 공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런 입장 차 때문에 두 정상은 대북 공조와 관련한 합의를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곽진오 연구위원 / 동북아역사재단]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북 핵 문제라든가 북한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서로의 어려움을 풀 수 있는 거죠, 한-일 양국 리더들이. 그래서 북한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나, 결론적으로 안보 차원에서 한-일이 대북 공조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배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이를 계기로 미-한-일 안보 삼각연대가 강화되면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배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협상과 저강도 도발을 병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양국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것으로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곽진오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이른바 ‘투 트랙’ 외교기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 트랙 외교기조는 일본에 과거사 문제 해결을 압박하되 이와는 별개로 안보와 경제는 대화와 협력을 지속한다는 방안입니다.
이와 관련해 배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선 투 트랙 접근법이 한계를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배정호 선임연구위원 / 통일연구원] “지금까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골이 있어왔는데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골을 메꾸는 개선의 방향을 보이면서 했을 때 투 트랙이 제대로 되는 거지, 그렇지 않고 한쪽 골은 여전한 데 한쪽은 분리해서 간다? 이 것은 누가 봐도 한계가 있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거든요.”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28일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두 나라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예상된다고 짤막하게 말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