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유해 감식을 전담하는 미 국방부 산하기구가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지난 9월 끝난 2015 회계연도에 신원이 확인된 39명 가운데 29명을 한국계 미국인 인류학자가 이끄는 감식단이 식별해 조직 출범 이래 최대 성과를 올렸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국방 당국이 2015년 회계연도에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 39명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1년 9월 미 국방부 산하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이 6.25 전쟁 참전 미군의 유해 감식을 전담하는 ‘K208 프로젝트 팀’을 출범시킨 뒤 최고의 성과를 올린 겁니다.
DPAA의 리 터커 공보관은 ‘VOA’에 K208팀이 39명 가운데 29명의 신원을 식별해 내 지난 4년 간 매년 20구 정도에 머물던 감식 결과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밝혔습니다. 나머지 10구는 DPAA 산하의 또다른 감식단 ‘펀치볼 (Punchbowl) 프로젝트’에 의해 확인돼, K208팀의 실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K208 프로젝트는 북한이 1990년에서 1994년 사이 미국에 넘긴 6백 구 가량의 미군 유해 감식을 전담하며, 펀치볼 프로젝트는 1954년 하와이 호놀룰루의 전쟁 기념묘지에 묻힌 6.25 전사자들 유해를 다시 파내 신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K208 팀을 이끌고 있는 한국계 인류학자 제니 진 박사는 1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29라는 숫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뼈 조각과 DNA 분석을 통해 유해를 온전한 참전용사로 기리는 작업이 1년에 20명 선에서 30명에 가까워질 만큼 빨라졌다는 설명입니다.
K208 팀은 지난 2012년 회계연도에 미군 유골 20구의 신원을 밝혀낸 데 이어 2013년 18구, 2014년 23구를 확인해 가족의 품에 돌려보냈습니다.
진 박사는 K208팀이 조직된 지 4년 만에 유해 감식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건 팀원들의 노력과 과학적 감식 기법의 활용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전자 감식 기술이 크게 발달해 60년이 지난 유해에서 DNA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미군 유해에서 어렵게 DNA 정보를 얻었다 해도 대조할 가족들의 유전자 시료가 없다면 신원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미군 당국은 지난 10년 동안 미군 7천27명의 가족 1만3천9백88명으로부터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 1999년 15%에 불과하던 가족들의 DNA를 89%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올해 초 개편된 국방 당국의 관리감독 체계도 미군 유해의 신원 확인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1월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 JPAC을 해체하고, 대신 미군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 (DPAA)을 출범시켰습니다.
JPAC 해체라는 초강수를 통해 수 십 년 간 누적된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DNA 감식 비중을 높이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대대적인 조직개편입니다.
제니 진 박사는 DPAA 출범 이후 행정부처와 감식반 간 보고 체계에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확인된 신원에 대한 승인이 빨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K208 팀은 출범 다음해인 지난 2012년부터 2015 회계연도까지 모두 1백51구의 미군 유해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불과 61구의 신원 만을 확인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겁니다.
현재까지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6.25전쟁 미군 실종자는 7천8백46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