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 중 실종됐던 미군의 신원이 65년 만에 확인돼 26일 미 국립묘지에 안장됐습니다. 미 국방부는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이 7천 8백여 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5천 3백 구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녹취: 안장식 행사 현장음]
붉게 물든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의 알링턴 국립묘지 제60구역.
멀리서 여섯 마리의 말이 성조기로 덮인 운구를 실은 탄약마차를 끌고 옵니다. 그 뒤에는 가족이 탄 검은 차량들과 함께 미 의장대와 군악대 50여 명이 북소리에 맞춰 안장식장으로 들어섭니다.
[녹취: 안장식 행사 현장음] “예포 소리와 트럼펫 소리…”
7 명의 병사가 동시에 3발의 예포를 쏜 뒤 트럼펫 연주가 엄숙하게 식장에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운구를 감쌌던 성조기가 정성스럽게 접힌 뒤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이 안장식의 주인공은 6.25 한국전쟁 중 실종됐다 65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로버트 마이어스 상병입니다.
미 북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출신인 마이어스 상병은 21살이던 1950년, 미 육군 제2보병사단 소속으로 북한 지역에서 전투 중 실종됐습니다.
미군은 휴전 후인 1954년 3월 마이어스 상병이 중공군에 포로가 된 뒤 북한 지역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이어스 상병은 포로로 잡힐 당시 제2공병전투대대 소속으로 평안북도 선천에서 중공군과 전투 중이었으며, 미군은 이후 포로수용소에서 지낸 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혔었습니다.
마이어스 상병이 65년 만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던 것은 발전된 신원 확인 분석기술 때문이었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마이어스 상병의 유해가 1954년 북측에서 인계 받은 미군 유해들 가운데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군과 북측은 당시 유해 송환 합의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상대 병사들의 유해들을 교환했습니다.
이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유해들은 미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국립묘지에 무명용사로 안장됐습니다.
미 국방부는 그러나 2012년 첨단 유해분석 기술을 토대로 이 무명용사들의 유해들을 다시 분석해 마이어스 상병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치아 분석 등 여러 유전자 검사를 거쳐 유해가 마이어스 상병임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이날 안장식에는 펜실베이니아 주에 거주하는 마이어스 상병의 여동생 실바 모츠 씨와 조카 등 가족 20 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의 마이클 리닝턴 국장은 지난 8일 미 의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신원 확인 기술의 발달로 유해 확인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신원을 확인한 유해 80구 가운데 45구가 한국전쟁 실종자들이라고 밝혔습니다.
리닝턴 국장은 6.25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 수는 7천 835명이며 이 가운데 5천 300 구의 유해가 아직 북한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닝턴 국장] “7, 835 unaccounted-for from the Korean War…”
리닝턴 국장은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700여구의 신원이 확인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가운데 311 구가 1982년 이후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마이어스 상병의 신원을 확인한 지난 9일 이후에도 미시시피 주 출신의 조지 메이슨 상병과 캘리포니아 주 출신의 로버트 위트 상병 등 한국전쟁 실종 병사 2 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