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단 망명은 납치"...한국 "자유의사 따른 것"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8일 밝혔다. 한국 통일부 제공 사진.

북한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망명이 한국 측의 납치극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망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작한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 사건이 북한에 대한 중대 도발이라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12일 담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 정부의 사죄와 종업원들을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다고 북한의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전했습니다.

지난 7일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3 명이 한국으로 집단 망명한 이후 북한이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적십자회 담화는 이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을 해당 나라의 묵인 하에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한국으로 데려갔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담화는 또 한반도의 현 정세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라며 한국 정부가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엄중한 후과와 징벌이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에 대해 대변인 논평을 내고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이번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의 집단 귀순은 순전히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것으로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 북한이 억지 주장과 함께 우리에 대해 도발을 위협하는 데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다.”

통일부 논평은 또 북한이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 북한 주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주민들의 민생을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측 반응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중국 당국과 중국 내 북한 노동자까지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탈북 루트 등을 북한이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중국 내부에 있는 또 다른 탈북하려는 북한 식당 종업원이나 노동자들에게 섣불리 행동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자기들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 박사는 또 북한 측 담화가 ‘해당 나라의 묵인’을 언급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이 종업원들의 망명을 사실상 방조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또 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당국이 아닌 적십자회를 통해 첫 공식 반응을 낸 데 대해 이 사건을 한국 측의 납치극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적십자회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납치로 몰아가려는 거죠. 그러면서 국제적십자사나 다른 국가 적십자사 등에 뭔가 북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설파하는 그런 것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겠죠.”

김 교수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 비난의 강도를 높이면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한편 재미 친북 인터넷매체인 ‘민족통신’도 12일 평양발 기사에서 이번 사건은 한국 정보당국이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기 위해 벌인 이른바 ‘북풍’ 조작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