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빌리 그래함 목사 이용해 거짓 우상화 강화

빌리 그래함 목사가 2007년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샬롯에 세워진 빌리그래함 도서관에 앉아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북한 당국이 미국의 세계적인 기독교 부흥사인 빌리 그래함 목사(97세)를 수령 우상화를 위해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함 목사가 김일성 주석을 “현세의 하느님”이라고 말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그래함 목사 측은 이런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15일 ‘미국 종교 지도자가 숭상한 현세의 하느님’이란 제목의 장문의 논평을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그래함 목사가 “김일성 주석은 현세의 하느님”이며 “이런 나라에 성경책이 과연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김 주석을 칭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적인 기독교 부흥사인 그래함 목사는 지난 1992년과 1994년에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었습니다. 그래함 목사는 당시 봉수교회에서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설교를 했었습니다.

‘노동신문’은 당시 그래함 목사가 “북한 (조선)에 가서 전도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이는 인류의 한결 같은 목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래함 목사 측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래함 목사 측 제레미 블름 대변인은 15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그래함 목사가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블름 대변인은 이어 “이런 발언들은 그래함 목사의 신학이나 어법과도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유력 기독교 매체인 ‘크리스천 포스트’ 등 여러 언론들도 ‘노동신문’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수령 우상화에 미국의 기독교나 정치 지도자들을 활용하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닙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김일성 주석의 생일 때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에 대해 “미국의 건국과 운명을 대표했던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위대하다”고 칭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은 세계 건국자들과 태양신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 운명의 태양신”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카터 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인정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미국의 기독교계는 이런 북한 정부의 주장은 우상 숭배를 죄악으로 규정한 십계명의 기본조차 망각한 것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미국 남부에서 활동하는 한 목사는 과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기독교를 왜곡해 우상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목사: “북한사회는 김일성이란 교주에 주체사상이란 경전에 의해 유지되는 국가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와 배치되는 기독교든 천주교든 또 다른 종교가 들어갔을 때 말 그대로 김일성 종교가 무너지고 훼손된다는 겁니다. 그럼 그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이라고 불렀던 김일성이 진짜 하나님이 아니구나란 사실을 알 때 주민들 속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그 걸 막기 위해 북한 정권이 박해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 정권은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 대외선전용 교회를 세워 종교의 자유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안으로는 기독교를 가혹하게 박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을 지원하는 많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이들 단체들의 선교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돕는 선교사나 목사들을 체제전복을 위한 간첩이라며 장기간 억류해 체제 선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2년 간 억류된 뒤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유명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였고, 북한에 현재 억류돼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한국인 김정욱 씨와 김국기 씨는 목사, 최춘길 씨는 선교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