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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임현수 목사 종신형 근거 동영상 공개


20년 가까이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지난 16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년 가까이 북한을 드나들며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가 지난 16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북한이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에게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핵심 이유가 확인됐습니다. 북한 검사가 지난 16일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동영상을 직접 공개했는데, 임 목사가 과거 선교집회에서 북한 최고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6일 열린 임현수 목사에 대한 재판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4분 남짓 분량의 이 동영상에서 북한 검사는 임 목사가 특대형 국가전복음모 행위를 했다며, 과거 임 목사의 선교집회 강의 영상을 증거자료로 직접 보여줬습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6일 열린 임현수 목사에 대한 재판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북한 검사는 과거 임 목사의 선교집회 강의 영상을 구가전복음모행위 증거자료로 보여줬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16일 열린 임현수 목사에 대한 재판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북한 검사는 과거 임 목사의 선교집회 강의 영상을 구가전복음모행위 증거자료로 보여줬다.

[녹취: 임현수 목사-우리민족끼리 동영상 중] “정권을 잡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 그건 아주 악입니다. 악 자체에요. 악한 영들인데…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평양의 쇼 하는 모습은 10%도 안 되는 모습을 겉으로만 보시는 거고, 아주 공포정치가 돼 가지고 점점 더 심해집니다.(중략) 그래서 이제는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이제 (북한 주민들이) 교회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준비들이 돼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북한 검사가 공개한 이 동영상은 임현수 목사가 지난 2013년 10월 세계선교동역네트워크 (KIMNET)의 미주 기도성회에서 한 ‘북한선교’ 강의 장면입니다.

이 동영상은 주최 측 관계자의 부주의로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려졌다가 임 목사 억류 보도가 나간 뒤 삭제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강의 내용과 ‘유투브’에 오른 또 다른 교회 강의 동영상을 문제 삼아 지난 1월 말 북한을 방문한 임 목사를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는 임 목사 억류 직후 강의 동영상을 입수했지만 임 목사 신변에 대한 우려와, 억류 이유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었습니다.

이 동영상에 따르면 임 목사는 북한 주민들이 정권의 압제로 너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며, 여러 내부정세 변화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김정은 정권이) 빨리 망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어제 뉴스에 북한이 3년 안에 무력통일 하겠다고 김정은이가 떠든 얘기는 3년 안에 내가 망할 거라는 얘기를 거꾸로 한 것으로 들으시면 됩니다. (참석자들의 아멘 소리)”

임 목사는 북한 내 고위층 지인들의 얘기를 인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권력 장악을 제대로 못해 극악한 공포정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지금 그렇게 무시무시한 공포정치를 하는 것은 김정은이가 장악을 못하니까. 70-80대 원로들은 거의 다 목을 (직위를) 잘랐어요. 그리고 50대로! 20년에서 30년을 낮춰놨어요. 우리는 장성택 뭐 이런 사람들이 잡고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지만 전혀 내막은 그렇지가 않아요. 오랫동안 (북한에서) 일하다 보니까 권력 분열이 생기는 것을 지금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도 느낄 수가 있어요.”

임 목사가 실세가 아니라고 언급한 장성택은 실제로 이 강의가 있은 지 두 달여 뒤 처형됐습니다.

임 목사는 1997년부터 북한을 100회 이상 드나들며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북한의 일부 고위 간부들과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목사는 강의에서 냉랭해진 북-중 관계를 언급하며 김정은 정권이 길어야 4-5년을 버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길어야 4년 버틸까..어쩌면 급작스럽게 넘어갈 가능성이 상당히 많이 있고. 중국도 포기한 것 같습니다. 중국도 김정은이를 너무너무 싫어합니다. ……”

임 목사는 그러나 강의 대부분을 체제 비판보다 북한의 열악한 현실을 소개하며 대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교회의 지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기독교 선교의 토대가 준비돼 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저렇게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지원으로) 먹였던 원산 고아원 아이들은 5살짜리 애들이 지금 스무 살이 넘어서 다 군대에 나가 있습니다. 게네들은 누가 자기들을 먹여서 자기들이 생존한지 다 알고 있어요. 우리가 항상 교회의 이름으로 지원하는 것은 교회란 이미지가 북한에서 너무 나빠서. 교회는 미 제국주의 앞잡이고 선교사들은 승냥이라고..(중략) 하지만 지금은 전 백성이 이젠 자기들을 먹여 살리고 그동안 도와준 곳은 교회라는 것을 다 알고 있고.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 최고재판소 재판장은 이런 임 목사의 발언들이 최고존엄을 훼손하고 국가전복 음모에 해당된다며 종신형을 선고했습니다.

[녹취: 북한 최고재판소 재판장] “피소자 임현수를 조선민주주의공화국 형법 제60조 국가전복 음모죄 부단에 의하여 무기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하지만 국제 법률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판결이 국제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국제법 전문가인 한국 한동대 법률대학원의 원재천 교수는 22일 ‘VOA’에 임 목사에 대한 판결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원재천 교수] “일반적으로 국제 관례가 있고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보면 특히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본국에서 (영사) 접근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행범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수 없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안에서 비방하다 걸렸다면 모르겠어요. 외국에서 발언했다면 현행범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재판할 수 없죠.”

캐나다 외교부 역시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임 목사에 대한 영사 접근 차단은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재판이 끝난 뒤인 18일에야 임 목사에 대한 캐나다 외교관들의 영사 접촉을 처음으로 허용했습니다.

원 교수는 임 목사에게 적용된 `특대형 국가전복음모’ 행위 역시 국제 기준에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원재천 교수] “국가를 전복하려면 확실한 의도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무기라든가 사람을 규합한다든지 조직 등 그런 구체적인 행위 표현이 있어야죠.”

임 목사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인권선언 기준으로 보면 아무 문제가 없으며, 굳이 자유세계에 적용하자면 ‘명예훼손’ 정도에 해당된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런 절차는 북한이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도 위배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특히 북한의 국가전복죄와 비슷한 한국의 반국가단체 구성죄와 비교해 봐도 임 목사의 발언은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가보안법 2조는 반국가단체 구성죄로 ‘정부를 참칭 즉, 임의로 정부를 조직하거나 국가를 변란 즉, 전복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 행위 등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법원은 지난해 정치적 논란이 됐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 선동 등으로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내란 음모나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법체계가 국제 기준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7일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었습니다.

[녹취:트뤼도 총리] “The issues of North Korea’s governance and judicial system are well known…”

“북한의 통치방식과 사법체계의 문제는 잘 알려져 있어 (임 목사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캐나다 정부가 북한의 “정정당당한 사법 조치를 놓고 시비질해 나서는 데 대하여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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