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들은 북한의 엘리트 계층에 속하지만 해외 주재국에서의 생활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과 탄도미사일 시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들의 경제적 여건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 당국의 지원 부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태영호 공사는 지난 2013년 영국의 한 토론회에서 자신의 녹록지 않은 생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녹취: 태영호/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1,200 (pounds) and they ask me, because some of them do not have clear idea of value of pounds how much that in US dollars…”
태 공사는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자신이 수영장 딸린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현실은 침실 2개짜리 좁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주재원들의 생활수준과 관련해 한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19일 이들이 해외 파견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럽의 한 국가의 경우 북한 외교관들이 저소득층으로 간주돼 해당국의 무상 의료서비스를 받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이 미주 지역에서는 교포단체나 친북단체로부터 의약품을 지원받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말리리아, 뎅기열 등 감염성 질환에 시달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 악화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해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에 대한 지원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후 국제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제재를 취하면서 북한 외교관들의 형편은 더 나빠졌을 것이란 추정입니다.
수 년 전 탈북해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 A 씨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 해외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의 생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북한 당국에서 해외 대사관으로 유지비를 보내주는데 제재 여파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이 적어지면 북한에서 대사관으로 보내는 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A 씨는 해외 북한 외교관들의 생활비와 유지비 등이 충분하지 못한 게 사실이며 절대적으로 월급이 적기 때문에 건강검진의 경우 자신의 돈을 들여 주재국에서 검사를 받기보다는 웬만하면 북한으로 돌아가 무상으로 받으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월 간암으로 현지에서 사망한 김춘국 주 이탈리아 북한대사의 경우 평소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춘국 대사가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말기 상태로 손을 쓸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외무성 유럽국장을 지낸 김춘국 대사는 북한의 엘리트 외교관으로, 그가 건강검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주재국에서 사망했다는 것은 북한 외교관들의 생활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A 씨는 다만 북한 외교관들 중 일부는 외화벌이에 참여해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런 외교관들은 충성자금으로 일부를 북한에 바치고 일부는 본인 몫으로 챙겨 현지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태영호 공사나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과 관련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싫은 어떠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탈북을 한다, 그 자체로써 거꾸로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가 만약에 우리의 거주지를 떠난다고 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결국은 그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싫은 환경, 그런 게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요.”
한 대북 소식통은 주 영국 북한 공사의 경우 월급이 미화로 650 달러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적은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