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미 해군 전문가들 "한국 핵잠수함 도입, 전략적 가치 적어"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 광복·해군 창설 70주년 관함식에서, 한국 해군의 1천800t급 최신예 잠수함 안중근함이 해상사열을 하고 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핵 추진 잠수함보다는 기존의 디젤잠수함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미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이들은 수중 조기경보망을 더 촘촘히 늘리고 성능이 우수한 대잠 해상 초계기를 추가 확보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내에서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개발에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해군 출신의 잠수함 전문가인 브라이언 클라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선임연구원은 ‘VOA’에, 핵 추진 잠수함은 한국의 대응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락 선임연구원] “The nuclear powered submarine isn’t really necessary in that situation…”

한반도 주변 해역이 넓지 않기 때문에 몇 주 간의 잠항이 가능하고 소음도 핵 추진 잠수함에 비해 훨씬 적은 디젤 추진 잠수함이 대응에 더 적합하다는 겁니다.

미 해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식 디젤 추진 잠수함들은 수면 위에서만 엔진이 작동하고 물 속에서는 충전된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이 매우 적습니다.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현대식 디젤잠수함은 속도가 평균 20노트, 즉 시속 37km로 우수한데다 자체 소음이 적어 한국에 전략적 가치가 더 높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5대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잠항 기간이 긴 핵 추진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오하이오함이 지난 7월 한국 부산항에 기항했다. (자료사진)

미 해군 전문가로 해군 필독서로 뽑히는 ‘세계의 전투함대’ 등을 펴낸 에릭 워타임 씨도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건조는 현명한 투자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워타임 씨] “I don’t think it’s a wise investment for the South Koreans to buy…”

대양이 아닌 연안 방어는 소음이 적고 은밀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디젤잠수함이 효과적이란 겁니다.

게다가 핵 추진 잠수함은 가격이 매우 비싸고 관리도 힘들어 한국에 효용성이 낮다는 게 워타임 씨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핵 추진 잠수함과 디젤잠수함은 가격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디젤잠수함은 2억 달러, 프랑스의 스콜피언급 디젤잠수함은 3억에서 5억 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전형적인 핵 추진 잠수함은 16억에서 30억 달러로 매우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듭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척 당 26억 달러에 달합니다.

한국이 오랜 잠항이 필요한 대양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핵 추진 잠수함은 불필요하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선임부소장은 북한의 잠수함들은 쉽게 탐지해 격침시킬 수 있다며, 한국이 굳이 핵잠수함을 건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린 부소장] “you don’t need nuclear powered submarine to deal with North Korean diesel submarines…”

북한의 잠수함들은 매우 낡고 소음이 커 음파 탐지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의 잠수함은 신포급 등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탐지와 추적이 어렵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또 북한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러시아나 중국의 1세대 잠수함 수준 정도이기 때문에 소음이 크고 정교하지 못해 미국이 쉽게 탐지해 격침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안보 전문가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서 보듯이 평시에 모든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잠수함전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잠수함 움직임을 면밀히 탐지해 선제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장비를 확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Korean ships that have Aegis radar around don not realty have the ability to do that…”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이지스함은 신포급 잠수함을 요격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며,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략예산평가센터의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냉전 시절 소련 잠수함 탐지를 위해 해저에 설치했던 수중 감시 청음기들을 한반도 해역에 더 촘촘히 배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클락 선임연구원] “South Koreans should be invested in Sonar raise that go on…”

북한의 낡은 잠수함들은 소음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수동형 수중 조기경보망을 더 확장해 움직임을 포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 해군은 광범위한 연안지역에 수중 탐지 센서망인 씨웹(SEAWEB)을 설치해 초계함과 대함해상초계기, 정찰위성, 지상레이더와 연계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군 당국은 이런 활동이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한반도 배치 여부와 규모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군 전문가인 워타임 씨는 한국이 천안함 사건 이후 수중 조기경보망을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수동형 탐지체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해상초계기 능력도 더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워타임 씨] “Maritime Patrol Aircrafts are very important…”

P-3 오리온, S-3 바이킹, P-8 포세이돈 등으로 북한 잠수함의 움직임을 보다 면밀히 감시하며, 다른 탐지체계와 연계해 북한 잠수함의 이동과 잠항 목적을 자세히 파악해야 한다는 겁니다.

워타임 씨는 또 북한의 많은 잠수함들이 특수전 병력 수송과 자폭 공격용이기 때문에 능동형과 수동형 기뢰 설치를 더욱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한국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중 환경이 매우 거칠어 이런 제안들에 걸림돌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해군 잠수함전대장 출신으로 최근 ‘왜 핵잠수함인가’ 란 제목의 책을 펴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KODEF) 대외협력국장입니다.

[녹취: 문근식 국장] “천안함 폭침 후 백령도 쪽에 (수중 조기경보망을) 일부 배치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백령도 등 한국적인 연안 환경은 너무 백그라운드 소음이 높아요. 수중 배경 소음이 높아서 작동이 제대로 안돼요. 조류도 세서 효과가 거의 없어요. 동해도 (북한이) 원산과 신포에서 잠수함을 출항하면 (넓어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겁니다.”

문 국장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결국 더 성능이 우수한 잠수함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핵 추진 잠수함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의 루비급 잠수함 (2천600t급) 같은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