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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북한 선전매체 게시판 '김청은' 올렸더니, '경애하는 김정은'으로


북한의 체제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북한의 체제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북한이 운영하는 체제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독자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게시판마저도 철저히 체제를 옹호하는 글만 선별적으로 올리고, 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북한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심각한 인권 탄압이라고 지적합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 동영상] “언론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고,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다. 매문으로 지탱하고, 어용으로 연명하는 비굴한 이남의 극우보수 언론들에게 충고한다. 언론의 본도를 찾아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한국 언론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전파하고 있다면서 ‘언론의 본질을 찾을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이처럼 미국과 한국 정부, 언론 등을 비판하고,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꾸며진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입니다.

비록 한국인과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개설됐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이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웹사이트 중 유일하게 일반인들의 게시글을 허용하는 매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민족끼리’의 게시판이 제 기능을 하는지 ‘VOA’가 이 웹사이트의 자유게시판인 ‘독자투고’에 글을 올려봤습니다.

먼저 정치적인 색깔을 빼고, ‘요즘 날씨가 선선해 졌다’는 내용을 적었고, 그 다음 글에는 북한의 체제를 비판해 봤습니다.

이어 외세에 대한 비난과 함께 `우리민족끼리 통일을 달성하자'는, 일종의 북한 선전 옹호 글을 썼고, 마지막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김청은’으로 한 글자를 틀리게 쓴 뒤 ‘만세’라는 단어를 넣어 찬양하는 형태의 글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총 4개의 글을 게시물로 올리기 위해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게시물로 게재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웹사이트와 달리,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 현시되게 된다”는 안내문이 떴습니다.

결국 투고된 글들은 하루가 지나서야 게재됐습니다. 그런데 게시판에 올라간 글은 전체 4개 중 절반인 2개 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게재가 된 건 북한의 선전을 옹호하면서 외세를 비난한 글이었습니다. 아무런 수정 없이 원래의 글 그대로 게재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잘못 적은 글이 게시판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는데, ‘김청은’의 ‘청’은 ‘정’으로 수정됐고, 이름 부분 역시 굵고 진한 글씨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또 원 게시물엔 없던 ‘경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 위원장의 이름 앞에 추가돼 있었습니다.

날씨를 거론한 평범한 이야기와 북한체제를 비판한 글은 아예 삭제됐고, ‘우리민족끼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글이라도 수정과 수식어 추가라는 조치가 이뤄진 뒤에야 정상적으로 올라간 겁니다.

‘우리민족끼리’의 일반인 투고 글은 게시판 운영을 시작한 2009년부터 약 3천200개가 등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리 관리자의 허가를 받아야만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 탓에, 3천 개가 넘는 이들 게시물은 사실상 북한체제에 유리한 내용 뿐이었습니다.

또 국가가 운영하는 자유게시판임에도, 게시 된 글의 숫자가 하루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었습니다.

8월 한 달만을 보면, ‘우리민족끼리’ 독자투고에 올라온 글은 모두 28개였습니다.

이 중 미국과 한국, 혹은 박근혜 한국 대통령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축하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글이 8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유엔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난하는 글도 3건이 확인되는 등 전체적으로 미-한 두 나라를 포함한 북한에 비협조적인 나라에 대한 비난과, 북한체제에 대한 옹호와 찬양 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체제 옹호에 대한 목소리만 수용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통제하다 보니 자유게시판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인터넷 게시판은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고, 자신의 견해나 입장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인터넷 게시물이나 언론 기사 아래 자신의 견해를 남길 수 있는 댓글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난이나, 심지어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실리는 이 같은 의견들은 때때로 여론을 가늠하는 좌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 지난 5일 한국의 포털 웹사이트인 네이버에 실린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기사 아래에는 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을 비롯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영국의 대북인권단체인 유럽북한인권협회 박지현 간사는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견해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통해 배우는 점이 많다는 겁니다.

[녹취: 박지현 간사] “내 견해에 대해서 마음껏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내 견해가 어떻다는 것을 똑바로 올렸고요. 물론 비판 글도 들어오고 그렇지만, 거기서도 배울 점도 있잖아요. 저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이 글을 올렸을 때 배울 점도 있을 거니까. 반대인 사람을 무조건 나쁘다고 편견을 안 하거든요. 배울 점도 배우고 이렇게 하니까..”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우리민족끼리’의 게시물 통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결과적으로 인권 탄압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의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사실 이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사악하게 유린하는 나라는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은 유엔 가입국으로서 인권선언을 준수해야 하지만, 절대로 준수하지 않고, 또 표현의 자유를 아주 심각하게 위반합니다. 또 북한은 유엔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인준했고, 국제규약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절대로 이를 보장하진 않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표현의 자유는 자유롭고, 번영된 사회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면서 21세기에서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나라들은 표현의 자유와 함께 기본적인 인권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하는 등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전세계 인권단체들은 매년 북한을 표현의 자유는 물론,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나라로 꼽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최근 전세계 19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자유 환경 조사에서 북한을 총점 97점으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에 올렸고, 국경없는 기자회도 보고서에서 북한을 정보의 블랙홀, 즉 정보의 암흑지대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사람을 체포하고 있고, 언론매체들 역시 정권 선전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역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사상과 양심, 종교, 표현, 정보, 결사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지난 2014년 발표한 국가인권 보고서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라며, 공민은 당국의 허가(인가) 없이 모든 정보를 탐구하고 자기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하고 입수하며, 전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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