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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미 전직관리들 "한국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안보환경 악화시킬 것"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출동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13일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출동한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13일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서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전직 관리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노력을 무산시키면서 역내 핵무기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의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3일 서울에서 가진 회견에서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성 김 특사] “I think both our leaders and perhaps more importantly our military experts……”

미-한 동맹이 매우 강력하고 확장억제 등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공약도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두 나라 정상 뿐아니라 군사 전문가들도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겁니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3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3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리언 파네타 전 국방장관은 지난 3월 ‘VOA’에 미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도 격퇴할 충분한 억지력이 있다며 핵무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파네타 전 장관] “United States has a very strong defense bond with the South Korea…”

미국은 3만 명의 주한미군과 충분한 공군력, 핵우산 등으로 지난 60년 이상 한국에 대한 방어공약을 충실히 지켜왔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는 불필요하다는 겁니다.

지난 2월 예편한 버나드 샴포 전 8군 사령관은 12일 ‘VOA’에 한국인들은 현 상황을 “감정적이고 주관적이 아닌 미-한 동맹이 보유한 객관적 전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샴포 전 사령관] “I think the first step is to look not emotionally and subjectively at situation, but look at the objective capability……”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역시 한국 일각의 핵무장 논리와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무엇이 국가방어를 위해 훨씬 강력한 수단인지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f South Korea pursues its own nuclear weapon……

미-한 동맹이 없다면 한국도 핵무기 개발 등 방어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안보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미국의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 공격 등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경우 미 본토가 공격받은 수준으로 핵우산과 여러 전력을 사용해 응징 타격한다는 개념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은 한국의 핵무장은 역내 핵 경쟁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소장] “My personal view totally oppose to Republic of Korea’s seeking its own nuclear weapons…”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의 핵무장을 더욱 부추겨 비핵화 노력을 무산시키고, 오히려 확산을 장려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흐지부지하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무장 추구가 중국의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보다 급변사태 등 불안정 방지에 더 무게를 두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장은 한국이 핵무장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실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They would face sanctions. As a part of the law…”

한국이 핵무장을 강행하면 국제법에 따라 제재에 직면하고 미국은 협정 위반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원자력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내 원자력 시설이 모두 폐기되고 원자력 수출도 막히는 한편 미-한 동맹에도 심각한 손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말했습니다.

미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확장억제로도 충분히 북한의 위협을 응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지난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과 중국 억제 등을 이유로 총 11개 유형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했었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후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소련과 전술핵 감축에 합의한 뒤 한국에서 핵무기를 전면 철수했습니다.

이후 남북한은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습니다.

핵무기 관련 책을 6권 이상 펴낸 베넷 램버그 전 국무부 정책분석관은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한국의 안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에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램버그 전 정책분석관] “There some people that would say that it might not may South Korea safer…”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을 더 불안하게 해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더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더 높이고 미군의 전술핵을 북한이 공격할 우려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 내 일각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미국이 좀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라크 머독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전술핵 같은 차별화된 핵전력을 우방에 전진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핵우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이런 전진배치가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렘버그 전 국무부 정책분석관 역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신뢰가 필요하다며,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미 군함이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한국 해군기지를 공유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램버그 전 정책분석관] “Here is one option that is put American vessels use South Korea’s port…”

핵무기 장착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한국 기지를 함께 사용하며 미국의 방어공약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찰스 퍼거슨 미국 과학자협회장은 일단 전략적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B-61 핵폭탄을 한국 기지에 비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퍼거슨 회장] “If you look at nuclear systems that United States currently has, B-61…”

퍼거슨 회장은 미국이 냉전 후 핵무기를 철수하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동맹의 확장억제를 위해 5개 나라에 B-61을 남겨 서로 공유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이를 적용할 여지가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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