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기구가 노동당 39호실로 통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금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특히 외부에 자금 조달과 운영이 노출되지 않도록 일원화하는 작업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가 29일 공개한 ‘2016 북한 권력기구도’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전문부서로 지난해 북한 권력기구도에 존재했던 당 38호실이 빠졌습니다.
당 38호실은 39호실과 함께 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던 기구였지만 38호실이 폐지되면서 39호실로 통합됐다는 게 통일부의 판단입니다.
당 38호실과 39호실의 역할에 대해선 2000년대 김정일 시대에는 38호실이 로열 패밀리의 충성자금을 관리하고 39호실은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선 38호실은 수입품을 북한 내에서 팔아 마련한 자금을 관리하고 39호실은 광물 등을 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자금을 관리하는 기능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김정일 시대인 지난 2008년 초에도 38호실을 39호실로 통합했다가 2010년 재차 분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에 다시 통합된 시점에 대해선 통일부도 분명치 않다고 밝혔습니다.
재통합된 배경과 관련해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시대 들어 통치 자금 관리를 일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38호실의 자금 관리가 혼란을 겪었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39호실로 흡수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김정일이 관리하던 자금 모두가 김정은에게 넘어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 특성상 그 안에서 유실됐을 가능성도 있고 중간에서 착복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관여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다고 보면 아마 그것들을 통폐합해서 김정은 직할체제로 통합하는 과정일 수 있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어차피 김 위원장의 통치자금인데 굳이 두 기구에서 따로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하는 데 따른 비효율성이나 외부 노출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아마 이런 외화에 대한 총괄 운영, 일원화 다시 말해서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당 자금이던 로열 패밀리 자금이던 모두 한 주머니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39호실로 일원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2016 북한 권력기구도’에는 북한의 인민무력성과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국무위원회의 지도를 받는 것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인민무력성과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성 등은 당초 국방위원회 소속 기구였지만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가 국무위원회로 대체됐기 때문에 국무위원회 소속으로 추정한 것이라며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민무력성과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성이 ‘부’에서 ‘성’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내각 소속으로 변경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국가안전보위부가 국가안전보위성으로 명칭이 바뀌었는 지에 대해서도 통일부는 분명한 결론을 내린 상태는 아닙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경우엔 북한 당국이 지난 6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 외곽조직이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을 폐지하고 국가기구로 재편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무위원회가 전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인 정책결정기관이라는 점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국무위원회에 속하게 됐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국 통일부의 대화 상대 역할을 했지만 로동당 외곽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격이 맞지 않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 기구로 격상시켜 논란의 불씨를 제거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남 통일 공세를 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