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북한 엘리트 잇단 탈북...분명한 체제 균열 조짐"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영국공산당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 정부 당국자는 오늘 (6일) 북한 엘리트층의 잇단 탈북에 대해 북한체제의 균열 조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체제 붕괴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들어 늘어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과 관련해 김정은 체제의 균열 조짐인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6일 기자설명회에서 일부 엘리트층의 탈북을 김정은 체제의 균열 조짐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양적, 질적 측면에서 심각한 붕괴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의 연이은 엘리트 탈북이 체제 붕괴로 이어지는 방아쇠와 같은 요인이 될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엘리트층을 분류하는 기준과 관련해선 관직이 있느냐 여부라며, 올 들어 탈북한 북한 엘리트의 정확한 숫자를 제시할 순 없지만 증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3년 한 해 8명에 그쳤던 북한 해외주재원의 탈북이 이듬해 18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10월까지만 20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선 지난 7월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해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또 중국 베이징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하던 북한 보건성 출신 엘리트 간부가 지난달 하순 가족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국경 통제 강화 등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던 전체 탈북자 수도 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수는 8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습니다.

특히 탈북자 가운데 해외파견 인력과 같은 중산층 비중이 크게 늘면서 북한 체제의 이상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지난해 말부터 올해 탈북은 양적으로 증가세에 있고 내용도 변하고 있어요. 엘리트층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고 그동안 탈북의 주된 양상이 중국에 경제난민으로 나왔다가 거기에서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서 남한으로 오는 게 일반적 경향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으로 직행하는 탈북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렇게 보면 최근 엘리트 탈북의 증가 등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 배출 요인의 증가라고 볼 수 있고요.”

조 박사는 이처럼 탈북 양상이 변화한 이유에 대해 장마당이 일부 활성화됐지만 만성적인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고 무리한 핵 개발 정책과 대형 건설사업과 같은 이벤트성 정책에 따른 재정 고갈, 그리고 더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까지 겹쳐진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겠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한국 정부가 북한 체제 동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붕괴를 목표로 대북정책을 펴지는 않는다며 평화통일 정책에 기반을 둔 대북정책을 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5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 주민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하고 자유와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대내외적인 모든 노력을 다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 강도로 미뤄 북한 내부의 변화, 특히 지도부 변화를 더 촉진시키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