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해 북 핵 정책의 전환을 압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핵 포기는 흘러간 옛 시대의 망상’이라며 북한이 이미 핵 보유국임을 거듭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날인 10일 논평에서 바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내년에 집권할 새 행정부에 핵 강국인 자신들과 상대해야 할 부담만 안겨줬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논평은 특히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지난달 말 미국외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언급한 이른바 ‘북한 핵 능력 제한’ 발언이야말로 ‘심중한 충고’라며 미국 차기 행정부의 정책 작성자들이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9일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시점에 맞춰 ‘선택을 달리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미국이 핵 강국인 북한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를 결심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이 같은 논조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제재를 추구해 온 기존 대북정책을 바꿀 것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매체들의 논평에 대해 미국과의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다며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유세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입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힐러리가 그동안 보여준 성향을 보면 굉장히 매파의 성향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북한은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는 것 보다, 아직 정책의 맥락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를 선호했던 것은 맞는 것 같고. 그렇지만 트럼프가 아직 어떤 스탠스가 나올지는 아직 북한도 안 가본 길이기 때문에그런 점에서 북한은 좀 기다리면서 희망적 사고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주장했고 유세 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 허용을 언급하는 등 극과 극의 발언을한 만큼 북한으로서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정책노선이 보다 분명해질 때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 핵 문제와 관련한 인선은 내년 6월은 돼야 마무리 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그 때까지 트럼프측의 대북 메시지들을 면밀하게 분석하며 도발 여부를 저울질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트럼프 같은 경우엔 대화의 기회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도발을 먼저 해버리면 특히 트럼프같이 욱하는 성질이 있는 사람의 경우엔 자기가 대화도 할수 있다고 했는데 그 앞에서 도발을 해버리면 그것마저 접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북 문제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는 약간 기다리지 않을까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하지만 북한이 미 차기 행정부에 핵 보유국임을 각인시키고 대미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한의 협상력은 핵 능력 고도화의 완성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지금처럼 북한의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이 완전한 핵 보유국으로 만들 단계가 아닌 상태에서 북한은 지금 뭘 해도 협상이나 제재 국면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거죠. 북한은 물론 트럼프 정책이 어떻게 될지 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화 조치를 우선순위로 둘 거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5주기 기념일이 있는 다음달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인 내년 1월8일을 즈음한 시점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