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을 비난하며 도발 위협을 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가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을 비난하며 지난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8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매체의 이런 언급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북한이 김정은의 최전방 부대 시찰과 함께 이렇게 도발을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강력하게 규탄을 하고요. 이런 도발 위협을 하는 대신 북한의 민생을 돌보는 그런 자세로 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8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이상훈 해병대사령관 등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부대 방문에 대해 ‘호전광들이 아직도 연평도 일대를 다니며 격멸이니 응징이니 하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며 연평도 사건을 잊지 말라고 위협했습니다.
이 매체는 또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자위적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연평도 사건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며 그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무자비한 불세례를 들씌우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의 이순진 합참의장과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은 최근 연평도 등 최전방 부대를 찾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격려했습니다.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와 인접한 북한 측 갈도와 장재도의 포 진지를 잇따라 방문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의 행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포 진지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연평도 화력타격계획 전투 문건’을 승인해 긴장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갈도는 원래 무인도로, 북한이 지난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122㎜ 방사포를 배치한 곳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행보와 북한 매체의 대남 도발 위협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개입 사건으로 한국 내부 사정이 혼란스런 틈을 타 무력 도발을 일으키려는 전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김정은 집권 5년이면서 지금 김정은이 내세울 수 있는 정치경제 사회적인 업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대내 결속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남한 정국의 혼란을 틈 타서 대남 압박을 통해서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가능성이 있고요. 체제 결속을 위한 대남 도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도발에 나설 경우 실익이 없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안보에 대한 소홀함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고 혹시나 유엔 안보리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그것을 빌미로 해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합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내 정국의 흐름과 국정 개입 사건으로 어수선한 한국 내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선전하며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