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평도 사건 잊지 말라" 위협…한국 "강력 규탄"

이순진 한국 합참의장(가운데)이 지난 7일 경기도 여주 남한강 육군30기계화보병사단 쌍방 기동훈련에 참석해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선전매체가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을 비난하며 도발 위협을 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가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을 비난하며 지난 2010년 11월 23일 발생한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8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매체의 이런 언급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북한이 김정은의 최전방 부대 시찰과 함께 이렇게 도발을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강력하게 규탄을 하고요. 이런 도발 위협을 하는 대신 북한의 민생을 돌보는 그런 자세로 가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8일 이순진 합참의장과 이상훈 해병대사령관 등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부대 방문에 대해 ‘호전광들이 아직도 연평도 일대를 다니며 격멸이니 응징이니 하는 객기를 부리고 있다’며 연평도 사건을 잊지 말라고 위협했습니다.

이상훈 해병대 사령관(왼쪽)이 지난 15일 연평부대를 방문해 K9자주포 진지에서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이 매체는 또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자위적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연평도 사건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며 그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무자비한 불세례를 들씌우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의 이순진 합참의장과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은 최근 연평도 등 최전방 부대를 찾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도록 격려했습니다.

한국 군 수뇌부의 최전방 시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와 인접한 북한 측 갈도와 장재도의 포 진지를 잇따라 방문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의 행보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포 진지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연평도 화력타격계획 전투 문건’을 승인해 긴장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연평도 인근 서해 최전방에 있는 갈리도 전초기지와 장재도 방어대를 잇달아 시찰했다고 지난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갈도는 원래 무인도로, 북한이 지난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122㎜ 방사포를 배치한 곳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행보와 북한 매체의 대남 도발 위협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국정 개입 사건으로 한국 내부 사정이 혼란스런 틈을 타 무력 도발을 일으키려는 전조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김정은 집권 5년이면서 지금 김정은이 내세울 수 있는 정치경제 사회적인 업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대내 결속이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남한 정국의 혼란을 틈 타서 대남 압박을 통해서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가능성이 있고요. 체제 결속을 위한 대남 도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도발에 나설 경우 실익이 없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안보에 대한 소홀함이 없다는 점을 과시하고 혹시나 유엔 안보리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그것을 빌미로 해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합니다.”

양 교수는 북한이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 내 정국의 흐름과 국정 개입 사건으로 어수선한 한국 내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김 위원장의 지도력을 선전하며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