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피 중인 남성 용의자 4명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하려면 유족의 DNA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7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남성 용의자 4명의 행방을 쫓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16일 체포된 남성이 두 번째 여성 용의자의 남자친구로, “단지 수사를 하는 차원에서 구금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이 당초 여성 2명과 남성 4명으로 구성된 핵심 용의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추궁해 16일 이번 사건의 두 번째 용의자인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를 검거했습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15일 첫 번째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의 여성 도안 티 흐엉을 체포한 바 있습니다.
김정남 씨 살해에 직접 간여한 두 여성은 그러나 “장난”인 줄 알고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온라인 매체 `쿰푸란'은 아이샤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행동을 하면 100 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이샤는 김정남이 누구인지 몰랐으며,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겁니다.
먼저 체포된 도안 티 흐엉 역시 공항에서 만난 남자 4명이 “승객들에게 장난을 쳐 보자”는 말에 김정남 씨를 습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흐엉이 머물던 호텔 방에서는 미화 300 달러와 휴대폰 2개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자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들 나라들은 말레이시아와 공조수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발행되는 중국어신문 `동방일보'에 따르면 베트남 외교부는 “말레이시아와 긴밀히 협조해 김정남 사건의 상관 정보를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도 "김정남을 살해한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용의자의 배경을 조사할 것"이라면서 이번 수사에 협조할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은 17일 김정남 씨의 시신 인계와 관련해 유족의 DNA 자료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압둘 사마 마트 셀랑고르 경찰서장은 “아직까진 어떤 유족이나 친족도 신원을 확인하거나 시신을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사망자 프로필과 맞는 가족 구성원의 DNA 샘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마 마트 서장은 “북한이 시신 인도 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시신 인도에 앞서 시신이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 머물고 있는 김정남 씨의 가족 중 누군가가 시신 인도를 요청한다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이 아닌 가족에게 인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프리 말레이시아 투데이' 신문은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 씨의 둘째 부인인 이혜경 씨가 김 씨의 시신 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주재 중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김정남 씨의 본처와 아들 1명은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고, 이혜경 씨의 자녀인 김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