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최근 ‘북한체제 보장’ 발언을 `유치한 기만극'이라고 비난하면서 핵 무장 강화를 계속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협상보다는 핵무기 고도화를 우선시하는 북한의 대외전략을 재확인한 반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의 체제보장을 언급한 데 대해 ‘유치한 기만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24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북한체제를 보장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믿으라고 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겉발린 대화 타령’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은 이 시각에도 동해 상에선 칼빈슨 호 핵 항공모함이 한국 군과 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이 대화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핵 보복 타격능력을 거세하기 위한 유치한 기만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위협도 감언이설도 통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핵무장 강화의 길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위협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홍석현 특사와 만나 미국의 대북 기조에 대해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반응은 대화 보다는 핵무기 고도화를 우선시 하는 북한의 대외전략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행동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핵무기 개발이 이뤄지기 전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미국은 물론 한국의 새 정부에도 발신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한국 국립외교원] “아태평화위는 통일전선부 예하에 있는 그래서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그 기관에서 자신들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고 표명하는 것은 사실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 말고도 한국에 대해서도 자기들은 현 단계에서 비핵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틸러슨 장관의 북한체제 보장 언급이 진정성을 담은 발언이라면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미-북은 물론 남북한 사이에도 대화채널이 모두 막혀 있는 상황이고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불신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대화 국면이 쉽게 열리기 힘들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북한연구실장 / 한국 통일연구원]“트럼프 행정부가 갖고 있는 진정한 대북정책의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 이런 것에 대한 파악 작업들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선 시니컬하게 반응하는 게 맞을 것 같고…”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최대의 압박과 관여의 진상을 밝힌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겉으로는 대화와 협상, 평화의 간판을 쓰고 있지만 실지로는 북한을 안으로부터 무장해제시키려는 계책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에 기초한 인정과 존중, 평등과 호혜만이 미-북 사이에 정상적인 관계 수립을 위한 올바른 정책 기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하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한국 국립외교원]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이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압박과 대화라는 병행적 접근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대화라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달라, 그런 목소리를 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 교수는 문재인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런 ‘제 갈 길 가기식’ 행보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정확한 입장을 타진해 보자는 새 접근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미-한 간 정책 조율이 필요한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