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재인 새 정부 들어 북한과의 민간 교류 재개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6·15 남북 공동행사 평양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민간 교류의 전제조건을 놓고 남북 당국 간 입장 차가 확인되면서 앞으로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남북한 관련 단체들이 추진했던 남북 공동행사의 평양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행사 방식을 남북한 분산 개최로 대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손미희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대변인입니다.
[녹취: 손미희 대변인 /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우리는 정부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6.15 공동행사를 추진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였습니다만, 정부가 아직도 6.15 공동행사 보장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여러 물리적, 정치적 상황을 감안해 6.15 공동행사를 각기 분산해서 개최하고자 합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 선양에서 북한 측과 만나 6·15 남북 공동행사를 평양이나 개성에서 여는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달 23일엔 공동행사 실무협의를 위해 한국 통일부에 대북 접촉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이후 팩스 접촉을 통해 행사 장소로 개성을 제안했으나 북한 측이 평양을 고집해 이를 수용했습니다.
북한 측은 그러나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가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기 위해 필요한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6·15 행사의 분산 개최를 결정한 이후 이 같은 내용을 7일 오후 팩스로 북한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민간 교류 재개보다 6·15와 10·4 남북 정상선언의 이행이 먼저라며 사실상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어 이번 행사가 분산 개최에 그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의 이런 입장이 작용했다는 관측입니다.
남북 간 입장 차가 확인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측이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부분적으로 재개하려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통일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와 종교단체들에게 대북 접촉을 승인했는데도 지난 5일 북한으로부터 방북을 거부당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엔 지금까지 대북 접촉 신청을 추가로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통일부에는 20여 건의 대북 접촉 신청이 승인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접촉 신청을 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당초 7일이나 8일 통일부의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늦어지고 있다며, 북한의 부정적 태도 때문에 통일부도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엔 단호하게 대응하되 남북관계는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복원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의 9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 한국 통일부] “다만 현재의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의 안정 등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해 나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한국 새 정부에 민간 교류 재개를 놓고 대북 제재 중단을 압박하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미-한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보다 구체화할 때까지 이런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