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 씨의 아버지가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잔인한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건장한 22살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에 17개월 간 억류된 뒤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 다음날.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15일 오하이오 주 와이오밍에 소재한 아들의 모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아들이 지난해 2월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던 당시 입었던 똑같은 윗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오토 웜비어 씨는 평양 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호텔에서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억류된 뒤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오토 웜비어 씨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혼수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씨는 아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이같이 기자회견을 열 수 있는 것이 기쁘다며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녹취:프레드 웜비어] “I’m able to talk to you on Otto’s behalf, and I’m able to wear the jacket.. (sob)”
아버지는 지금 심정이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프레드 웜비어] “Relief that Otto is now home in the arms of those who love him and anger that he was so brutally treated for so long…”
아들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돌아온 것은 안심이 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잔인한 대우를 받은 데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15개월 간 아들에 대한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고, 그동안 내내 아들이 혼수 상태였다는 사실을 지난주에야 들었다며, 가족 전체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잔인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프레드 웜비어] “Even if you believe their explanation of botulism and a sleeping pill…”
프레드 씨는 “아들이 보툴리누스균에 감염됐고 수면제를 먹은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북한의 주장을 믿지 않지만, 만약 믿는다고 해도, 문명국가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환자의 상태를 비밀로 하고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지 못하게 한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나의 아들을 이렇게 대우한 데 대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고, 북한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가혹하게 대우한 데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 당국은 현재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가족도 자신의 가족이 겪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프레드 씨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이 도착한 날 밤 전화를 걸어와,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고 아들을 잘 돌봐주라고 당부했다며, 아들의 석방을 이끌어낸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한편 웜비어 씨를 치료하고 있는 신시내티 대학병원은 웜비어 씨의 뇌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대니얼 켄터] “His neurological condition can be best described as a state of ..."
신경과 의사 대니얼 켄터 씨는 웜비어 씨가 현재 의식이 없는 각성 상태, 즉 식물인간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켄터 씨는 웜비어 씨가 때때로 눈을 뜨고 감지만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변을 자각하지 못하며 말도 못하고 의식적인 움직임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웜비어 씨가 식중독에 걸렸다는 북한 측 주장은 부인하면서 “웜비어 씨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진은 웜비어 씨가 왜 신경 손상을 입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