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문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덕행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먼저 호응해 오면 거기에 따라서 실무적으로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4일 한국의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에서 과거 남북이 한 팀으로 출전했던 국제스포츠대회를 거론하며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5일 세계태권도선수권 조직위원회 주최 만찬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장 위원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남북회담을 22차례나 했고 다섯 달이나 걸렸던 선례를 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북한의 마식령스키장을 활용한 일부 종목의 분산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올림픽 전문가로서 좀 늦었다고 밝혔습니다.
장 위원의 발언은 경기장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인증 등 절차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올림픽을 일곱달 남짓 앞둔 현 시점에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남북 단일팀 협상이나 선수단 개회식 공동입장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북한 선수들이 아직 없다는 게 큰 걸림돌입니다.
북한은 동계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수준과 실력차가 커 지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한 명의 선수도 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평창올림픽 출전을 위해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과 쇼트트랙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만일 북한이 동계올림픽 출전에 성공하면 남북 실무협의와 국제올림픽위원회와의 대화를 통해 남북 동시입장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남북 스포츠 교류 재개를 위해 직접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전면적으로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상대적으로 쉬운 분야부터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체육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 매봉통일연구소] “무주 세계태권도대회는 대통령이 가서 축사를 하기엔 맞지 않는 자리인데 그렇게 간 것은 결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인데 (국제사회 대북 제재 하는) 지금 분위기와는 맞지가 않죠. 그런 점에서 아마 태권도대회 축사에서 스포츠 말고는 다른 부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러나 제재와 대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연일 비난하고 있는 북한이 이런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일 지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런 교류의 대가로 한국 측으로부터 외교안보적 또는 경제적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부] “아마 북한은 지금 태도로 봐가지고도 덥석 협력하기가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이면에서 다른 약속을 하기 전엔 이것만 단순하게 협력해주는 게 북한 입장에선 참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은 북한이 한국과의 교류 여부 보다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일단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