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기업들이 현지 북한대사관 건물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외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런 상업 행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려항공 웹사이트에 게재된 이 항공사의 모스크바사무소 주소를 인터넷 지도에 입력해봤습니다.
그 결과 사무소 주소지가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의 주소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외교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할 대사관에 고려항공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겁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미 재무부가 고려항공과 모스크바 등 해외 사무소들을 제재할 당시, 제재 명단에는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의 주소가 명시됐습니다.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은 고려항공 외에도 다른 북한 기업들이 사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원자력총국과 연계돼 각종 광물을 판매하는 ‘금산 트레이딩’이 모스크바대사관과 동일한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대사관 건물을 외교 이외 용도로 이용하는 정황은 방글라데시에서도 포착됐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제약과 광물 등 제품을 취급해 온 북한의 ‘남남기업’은 자신들의 사업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에 “우리 회사는 지난 13년 간 방글라데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공식 주소지는 다카주재 북한대사관의 경제·상업 부서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베트남에서 사실상 추방됐던 북한 단천상업은행 관계자들은 하노이주재 북한대사관 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그밖에 유엔은 올해 초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GPM’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핵무기 핵심원료인 ‘리튬6’를 판매하려 했다고 지적했는데, 연락 가능한 회사 관계자가 베이징주재 북한대사관 3급 서기관의 이름과 동일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베이징 대사관이 북한 사업체의 연락사무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VOA’에, “북한은 책상 한 두 개를 갖다 놓는 방식으로 대사관 내에 여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외교공관을 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에서, 북한이 해외공관 등을 외교나 영사 활동 이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